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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UR타결 실패하면 네탓-美.日.EC 떠넘기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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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우루과이라운드(UR) 무역협상의 시한이 불과 한달 앞으로 다가왔으나 선진 각국은 뚜렷한 성과없이 상호 비난성명만 퍼붓고 있어 새로운 세계경제체제의 탄생에 대한 기대를 일그러뜨리고 있다. 호소카와 모리히로(細川護熙)日本총리는 지난 9일 UR협상이 지체되고 있는 것은 어디까지 유럽공동체(EC)에 그 원인이있으며,EC는 「UR협상의 최대장애」라고 강도높은 비난을 서슴지 않았다.호소카와 총리는 또 『EC가 이같은 상황 에도 불구하고 무역협상의 난항에 대한 책임을 日本.美國에 전가하고 있다』고 노골적인 불만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EC측은 비난의 화살을 미국쪽으로 돌리고 나섰다.
EC회원국중 UR협상에 대해 가장 강력한 불만을 품고 있는 프랑스의 에두아르 발라뒤르 총리는 이날『만일 UR교섭이 실패한다면 그 책임은 미국이 져야할 것이고,EC는 전혀 교섭을 저해한바 없다』고 강조했다.미국도 점잖게 가만히 앉아만 있지 않았다.최근 레이먼드 사이츠 駐英 미국대사는『UR가 실패할 경우 그책임을 EC측으로 돌릴 것』이라며 책임전가에 한몫 거들고 나섰다. 일본은 쌀시장 고수 때문에,프랑스등 EC는 농민들에 대한보조금 지급문제 때문에,그리고 미국은 농산물등 자국상품 수출확대를 위해 한치의 양보없는 대립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옳고 잘못된 것은 모두 네 탓이다』라는 식의 극단적 대립은 이미 협상이 막다른 골목에 이르렀다는 고백처럼 들린다.
소위 경제대국이라고 자처하는 이들 국가들의 상호비방전은 각국이UR타결을 위해 협상을 계속해야 한다는 세계적인 여론에 떼밀려억지로 대화를 나누고 있다는 인상을 강하게 풍긴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UR타결이 전세계적으로 국내총생산(GDP)을 2천7백억달러이상 늘리는등 여러측면에서 세계경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UR의 성공은 침체에 빠진 세계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음과 동시에 새로운 세계무역질서를 정립하는 계기가 된다는 것이다.
역으로 UR가 실패할 경우 커다란 파국이 올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다.UR협상국들이 합의에 실패할 경우 세계는 보호무역과「힘의 원리」가 지배하는 각축장으로 전락할 전망이다.특히 요즘처럼 선진 각국들이 UR협상의 실패를 대비한듯 한 비난전에열을 올리고 있는 것을 보면 UR실패가능성이 점점 커진다는 생각이다.노골적으로「利己」를 드러내는 경제강국들 틈바구니에서 우리도 UR실패에 단단히 대비하는 지혜가 절실히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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