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잡아라" 정계 뜨거운 영입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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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방송인들의 몸값이 치솟고 있다. 대중적 인기가 높은 만큼 상대 후보를 압도하고 당의 지지도를 올리는 데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치열한 스카우트 전쟁 속에 출마선언도 잇따르고 있다.

MBC 앵커 출신인 박영선씨는 지난 13일 열린우리당에 입당해 선대위 대변인에 임명됐다. 그는 최근 인사에서 '라디오 앵커'란 직함을 처음으로 부여받았지만, 끝내 정치권행을 택했다. MBC 라디오 프로그램 '손에 잡히는 경제'의 진행자인 김방희씨도 열린우리당을 파트너로 삼았다.

이에 앞서 SBS '한선교 정은아의 좋은 아침'진행을 7년4개월 동안 맡아 온 한선교씨와 방송인 이계진씨는 한나라당을 택했다.

KBS 전 시청자센터 주간 김형태씨와 SBS 국제부장 출신의 정군기씨, KBS 기자 출신의 스포츠평론가 최동철씨도 한나라당과 손을 잡았다. KBS 보도본부장을 지낸 류근찬씨는 자민련 후보로 출마할 예정.

그러나 집중적인 러브콜을 받은 MBC 뉴스데스크 앵커 엄기영 이사와 손석희 아나운서 부장은 일찌감치 거부 의사를 표명했다.

여의도에선 이 밖에 시사프로 진행자 박찬숙씨, 박성범 전 한나라당 의원의 부인이자 KBS 앵커 출신인 신은경씨, 방송인 이상벽.임성훈 씨 등에 관한 소문이 끊이지 않는다. 이와 관련, 박찬숙씨는 "제의를 받았는지 밝힐 수 없다"며 "아무것도 결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민주노동당은 지난 14일 "방송계 출신 인사에 대한 과도한 영입경쟁은 미디어가 생산한 이미지에만 집착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낳는다"며 "'액세서리'만으로 정치가 바뀌지는 않는다"고 비판했다.

민노당의 지적이 아니더라도 방송인에 대한 무차별적 영입에 대해선 부정적 시각이 우세하다. 정치권에 스스로 걸어들어가는 걸 막을 수는 없지만, 방송을 정계진출의 징검다리로 삼는 관행만은 없애야 한다는 것이다.

숙명여대 정보방송학과 강형철 교수는 "적어도 시사.토론.보도 관련 종사자는 일정 기간 정계진출을 막아야 한다"며 "방송사도 정치적 색채를 띠지 않는 전문인력을 시사프로 진행자로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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