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세상] 미디어 교육 중·고교 과목으로 가르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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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미디어는 '제2의 신(神)'이라 불릴 정도로 막강한 파워를 행사하고 있다. 개개인이 미디어에 일상의 많은 시간을 할애할 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 걸쳐 두루 영향력을 미친다. 이 때문에 미국.독일.영국 등 선진 외국에서는 청소년들이 미디어를 제대로 이해.비판할 수 있도록 미디어 교육을 학교 교육의 정식 커리큘럼으로 채택할 정도다. 학생들이 신문.방송.영화 제작 등을 교과목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있다.

원래 미디어 교육은 청소년들이 영상 미디어의 선정성.폭력성에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하는 예방 목적으로 출발했다. 그러나 매스 미디어의 역할이 갈수록 중요해지면서 미디어 교육은 예방 차원을 넘어 미디어에 대한 이해.비판 능력을 키우는 방향으로 발전했다.

오늘날 선진 외국에서 미디어 교육의 주된 영역은 저널리즘, 더 좁히자면 신문 제작이다. 미국의 많은 고등학교는 저널리즘을 정식 과목으로 채택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기자 출신을 교사로 채용해 학생들과 직접 '학교 신문'을 제작하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프린스턴.하버드.예일 등 미국의 명문 대학들은 저널리즘 과목을 이수한 고교생들에게 대학입시 사정 때 가산점을 주기도 한다. 학교 신문사 출신들은 글쓰기 능력뿐 아니라 지도력.세계관이 다른 학생보다 앞선다고 보기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대부분이 정부 정책으로 중.고등학교에 저널리즘을 정규 과목으로 채택하도록 권장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최근 문화관광부는 '영화 교육' 시범학교 운영 계획을 마련해 교육인적자원부에 협조 공문을 발송했다. 이에 따르면 초.중.고등학교 중 시.도교육청별로 최소한 7개교씩 전국 1백12개 시범학교에서 영화를 가르치게 된다. 이를 위해 문화부는 올해 15억원의 예산을 확보해 기자재 지원, 교사 인력풀 운영, 교사 연수 등의 계획을 세웠다고 밝혔다. 영화는 연극.무용과 함께 제7차 교육과정에 포함돼 2002년부터 고등학교에서 선택 과목으로 채택할 수 있고, 초.중학교에서도 재량활동이나 특별활동 과정으로 가르칠 수 있도록 법제화돼 있다.

영화가 선택과목으로 채택되고, 문화부가 영화 교육을 지원하는 것은 물론 잘된 일이다. 그러나 미디어 교육의 중요성을 감안할 때 영화에 앞서 저널리즘(신문 제작)이 중.고등학교의 선택과목으로 먼저 채택됐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지울 수 없다. 영화 교육으로 영상문화의 발전을 꾀하는 것 못지않게 신문 제작을 통해 민주시민으로서의 소양을 키우고 학교의 민주적 운영에 기여하도록 하는 일도 시급하지 않을까.

제8차 교육과정에는 저널리즘 교육을 반드시 포함하라고 정부 측에 당부하고 싶다. 신문계.언론학계가 이를 위해 공동의 노력을 기울이는 것도 바람직하다.

김택환 미디어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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