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석연찮은 현대重 장외등록 유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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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주가가 3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고 상장주식총액이 1백조원을 돌파한 9일 증권업협회에서는 증시주변의 축제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는 어색한 발표가 있었다.
그동안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현대중공업등 현대그룹 계열3사에 대한 장외시장등록신청에 대해『물량부담이 우려되므로 증시여건이 호전될 때까지 이를 보류한다』는「거창한 이유」를 달고 사실상 불허방침이 내려진 것이다.그동안 증시에서는 정부와 현대그룹의「불편한」관계때문에 현대계열사의 장외등록도 고위층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추측이 그럴듯하게 나돌았었다.
그리고 이날 결정이 장외시장신청은 곧바로 등록으로 이어져왔던이제까지의 관례를 깨고「유보」로 판가름나자 증시 관계자들은『역시 그랬었구나』하는 반응을 나타냈다.물론 현대중공업의 자본금이2천1백억원이 넘는등 규모가 큰 탓에 한꺼번에 장외시장에 등록되어 유통되기 시작하면 증시에 있는 돈이 장외로 빠져 나가 증시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그러나 증시사정이 지금보다 훨씬 나빴던 91년 12월,92년2월에 현대중공업보다 훨씬 덩치가 컸던 동화은행(자본금 4천억원)과 외환은행(6천50억원)을 각각 장외등록시켰던 것과 비교해 보면 같은 잣대가 이렇게 달라질수 있을까 하 는 의문이 든다. 또 현대계열 3사가운데 자본금이 1백억원밖에 안되는 현대엘리베이터까지 같은 이유로 등록을 유보했다는 것은 당국의 방침이 정치적 요인에 따라 편리한대로 뒤바뀌고 있음을 자인한 셈이다. 외국기업에 대한 투자제한를 대폭 완화하며 국제경쟁력제고를부르짖은지 하루도 채 안돼 앞뒤가 안맞는 논리로 국내 경제문제를 처리하고 있는 현장에서 역시「정치논리는 경제보다 앞선다」는정책운용 후진성을 떠올렸다면 지나친 자기비하일까.
당국자들은 예외가 많아질수록 정책실패의 확률이 높아진다는 점을 이제부터라도 되새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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