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중문화 추가 개방 보름] 드라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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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고생과 남자 선생님의 진한 키스-. 오후의 햇살이 텅 빈 교실에서 키스를 나누는 이들을 눈부시게 비춘다.

일본 드라마 '퍼스트 러브'의 한 장면이다. 지난 5일부터 케이블.위성 채널 OCN에서 방영 중인 이 드라마는 국내 TV에서는 감히(?) 다루지 못하는 사제 간의 입맞춤을 노골적으로 내보내 화제가 됐다. 등급은 '12세 이상 시청가'. 중학생이면 볼 수 있다는 얘기다. "선정적인 일본 드라마가 애들 망치겠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그러나 대부분의 시청자는 의외로 차분하다. 시청자 게시판은 "좋았다" "또 보고 싶다"는 글로 채워졌다.

새해부터 일본 드라마를 지상파를 제외한 케이블.위성 채널에서 방영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드라마 관련 채널의 발걸음이 바쁘다. 현재 방영 중인 것만 모두 6편. 대기 중인 작품도 수십편이라고 한다. MBC 드라마넷은 '내사랑 사쿠라코''도쿄 러브스토리''춤추는 대수사선' 등 세편을 한꺼번에 방영 중이고, SBS 드라마플러스는 '골든볼', OSB는 '길 위의 사람'으로 가세하고 있다. DCN.OSB 등은 아예 일본 전문 채널을 추진 중이다.

문제는 시청률. 현재 방영 중인 드라마 6편의 시청률은 대개 1% 미만. 같은 시간대에 방영됐던 다른 프로그램과 비교해 비슷하거나 오히려 약간 낮은 수준이다. 아직은 매니어층에만 먹힌다는 얘기다.

MBC 드라마넷의 김동진 국장은 "처음부터 시청률에 큰 기대를 걸지는 않았다. 시청자들에게 볼거리를 하나 더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일본 드라마를 틀고 있다"고 말했다.

시청률 저조의 이유는 여러가지다. 우선 홍보 부족. 개방된 지 얼마 안 돼 아직 모르는 시청자가 많다는 것. 편성 시간대도 불리하다. 오전 11시에 일본 드라마를 내보내는 OCN의 경우 "학원 수업시간과 겹치니 밤 시간으로 옮겨달라"는 중.고생 시청자의 요구가 빗발치기도 했다.

폭력성.선정성도 걸림돌이다. 일본에선 무리없이 받아들이는 장면도 우리에겐 충격이 될 수 있다. SBS 드라마플러스가 다음달 방영하는 '고쿠센'에는 학생이 교사의 멱살을 잡아 올리는 장면도 나오는데 교원단체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주목된다.

주정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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