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렴과 창의의 새 공직상(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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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8일 중앙일보사와 내무부가 공동으로 주관하는 청백봉사상 시상식이 있었다. 올해로 17회째인 시상식에선 대상 4명,본상 14명 등 모두 18명의 일선 모범공무원이 선정돼 영예의 상을 받았다.
「청백리」란 말이 있는데서도 알 수 있듯이 예부터 우리 사회에서는 청렴한 관리를 으뜸으로 쳐왔다. 관직에 흔히 따르기 쉬운 권력의 횡포,또 권력에 따르기 쉬운 부의 유혹을 이겨내고 대민봉사의 길을 걸어온 관리들을 높이 평가해온 것이다.
그러고 보면 예나 이제나 공직자들에게 있어 청렴이란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닌 모양이다. 물질적인 여유는 누구나 추구하는 인간의 본능에 가까운 것이고,부가 행복의 절대적인 조건은 아닐지라도 행복을 가져다주는 가장 손쉬운 수단의 하나인 것만은 틀림이 없다. 그런만큼 부에 대한 유혹을 떨쳐버린다는건 누구에게나 어려운 일이며,더구나 부를 행복과 성공의 척도로 하고 있는 자본주의 사회속에서 살아가면서 자신의 직위를 조금만 활용해도 얻을 수 있는 부를 뿌리친다는 건 더더욱 어려운 일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18명의 수상자들은 더욱 돋보인다. 그들은 그래도 역시 공직자는 청렴해야 하며 그런 가운데서도 행복이 있을 수 있음을 몸으로 보여주었다. 게다가 이들은 단지 청렴하다는 한가지 이유만으로 선정된 것은 아니었다. 현대 행정은 지난 시대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이 복잡해졌다. 현대의 행정은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그리고 해가 다르게 변화하는 사회에 능동적으로 적응해 나갈 줄 아는 창의성이 아울러 요구된다. 이번에 상을 받은 공무원들은 이런 점들까지 모두 종합적으로 고려된 끝에 수상자로 뽑힌 것이다.
새정부가 들어선 이후 각 부문에 걸쳐 개혁이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국민들은 그 성과를 아직은 피부로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 그것은 아직도 그 개혁의 바람이 아래에까지 미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일반 국민들이 사회가 달라지고 있다고 느끼게 되는 것은 결국 일선 행정,일선 공직자들을 통해서다. 만약 공직자들이 이번에 뽑힌 일선 공무원들처럼 공직을 천직으로 알고 주어진 책무를 성실히 수행한다면 사정이나 개혁의 필요성 자체가 없어질 것이다. 우리는 공직자들이 어느 정권을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들이 대대로 몸담고 살아갈 이 나라를 위해 자신의 직분에 충실해줄 것을 이 기회에 당부하고자 한다.
동시에 우리는 정부에 대해 공직자들의 처우를 개선할 수 있는 획기적 대책을 조속히 마련할 것을 촉구한다. 공직자들에게 마냥 청렴과 봉사만을 요구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더 많은 모범공무원이 탄생하기 위해서는 처우개선책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공직자들이 최소한 기본생활에 대한 걱정에서 벗어날 때 직분에 충실하는 더 많은 현대의 「청백리」가 탄생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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