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포럼」 뭘하나/참다운 한·일관계/민간차원 뒷받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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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종전 정부주도 「짜맞추기 토론」 탈피/동북아 안보·경협등 모든 현안 다뤄
한일 양국의 학계·재계·정계·언론계 인사들이 한데 모여 두 나라의 미래지향적인 관계를 모색하기 위한 「한일포럼」이 내달 6일 출범할 예정이다.
특히 6일 경주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이 과거사 정리를 바탕으로 아태지역에서 새로운 협력관계를 모색하기로 합의한 가운데 한일포럼이 닻을 올리는 터여서 앞으로 그 활동내용이 주목된다.
한일포럼은 한마디로 양국 정부가 뒤에서 행정적인 지원만 해주는 역할을 하고 운영이나 토론내용은 일체 민간에 맡겨 자유로운 토론의 장을 만들어 보자는데 그 뜻이 있다.
즉 과거 한일 양국의 지도자들이 「미래지향적인 한일 관계」라는 총론을 얘기했던 반면 한일포럼은 미래지향적인 관계의 「각론」이 무엇인지를 연구하기 위한 모임이라 할 수 있다.
당초 전 주일 대사였던 오재희씨(현 본부대사)가 제안한 한일포럼은 작년 1월 미야자와 기이치(궁택희일) 전 일본 총리의 방한 때 토의될 예정이었으나 한국 정신대 관련 단체의 일왕 화형식 사건으로 이뤄지지 않다가 이번에 일본측의 제안으로 정식 발족하게 된 것이다.
한일 양국은 올해 봄부터 한국의 국제교류센터와 일본의 저팬 파운데이션(JAPAN FOUNDATION) 지원으로 한일포럼 구성을 위한 실무접촉을 몇차례 가져왔다.
연세대 안병준교수(정치학)와 일본 국제교류센터 야마모토 다다시 이사장이 주축이 돼 구성을 검토해온 한일포럼은 내달 6,7일 서울에서 한일 양국의 학계·정계·언론계·재계 인사 25명이 참가한 가운데 창립총회를 열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다.
그동안 한일관계의 장래를 설계하기 위한 모임은 헤아릴 수 없이 많았고,86년에 열린 한일 정기 각료회의의 합의에 따라 구성된 한일 21세기 위원회는 두나라가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전분야에서 나아갈 방향을 양국 정상에게 건의하는 등 적잖은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한일 21세기위원회는 정부가 주도,무리하게 어떤 결론을 짜맞추기 위해 노력했기 때문에 솔직한 토론의 장 마련에 다소 미흡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같은 점을 감안,이번에 닻을 올리는 한일포럼은 어떤 목표를 두고 결론을 짜맞추는 것이 아니라 양국의 지식인들이 본심을 터놓고 대화할 수 있는 장으로 운영된다.
외무부 유병우 아주국장은 『반드시 합의도출이 안돼도 좋으니 한일 양국이 나아갈 방향을 정립해보자는 것이 한일포럼 설립의 취지』라면서 『한일 양국의 지식인이 서로 본심을 주고 받을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일포럼이 다루게 될 의제는 과거사 문제를 비롯해 동북아 안보문제,국제사회에서의 협력방안,한일간의 경제협력 및 통상증진·기술이전·인적교류·문화교류협력 문제 등 양국의 모든 현안이 포함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정부는 현재 중국과의 인적·물적교류가 날로 늘고 있는 점을 감안,한중포럼을 만드는 방안도 검토할 예정인데 한중 포럼이 만들어질 경우 한·일·미·중의 지식인이 한데 모여 동북아 장래문제 등을 논의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박의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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