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 고교야구선수 프로.대학사이서 갈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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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대학과 프로구단의 「돈싸움」이 고교야구판을 어지럽게 만들고 있다.프로야구단과 대학은 내년봄 고교를 졸업하는 3학년선수들을대상으로 물량공세를 펼쳐 고교야구계를 이전투구장으로 몰아넣고 있는 것이다.올 고교선수중 투.타에서 최대어로 지목되는 朱炯光.金東柱가 대학으로 진로를 결정해놓은 상태에서 뒤늦게 구단측의달콤한 유혹에 흔들려 프로행으로 결심을 번복하는등 무원칙한 스카우트 열병이 해를 거듭할수록 심해지고 있다.
올해 최대 슬러거로 豪打强肩을 자랑하는 배명고의 김동주는 고려대로 진로를 결정,기자회견까지 했으나 최근 OB측의 집요한 스카우트 공세로 부모의 마음이 이미 돌아선 상태다.
OB는 계약금과 연봉을 합쳐 1억5천만원정도를 제의하고 있고김동주측은 현금 2억원이나 이에 상당하는 아파트를 계약금조로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동주는 지난해 전국대회 3관왕을 이룬 배명고의 주역으로 강속구와 함께 괴력의 장타력을 과시,대형타자가 절실한 OB측엔 꼭 필요한 선수다.
한편 역시 올 좌완 최대어인 부산고의 주형광은 동료 5명과 함께 동국대로 진로를 결정했으나 최근 롯데와 가계약을 맺었다.
주형광은 롯데측에서 계약금.연봉을 합쳐 1억정도 받을 것으로알려졌다.
朱는 1백40㎞대의 강속구와 함께 제구력이 뛰어나 부산고를 봉황기대회 정상에 올려놓았다.
이밖에 연세대로 진학의사를 밝힌 李昊俊(광주일고)과 한양대로진로를 결정한 金秀官(경북고)도 각각 해태.삼성의 달콤한 스카우트 유혹에 흔들리고 있다.
또 대형포수로 지목되는 申炅賢(군산상고)도 동국대와 쌍방울 사이에서 갈피를 못잡고 있다.
한편 이들과 대조적으로 좌타자중 가장 정교한 타격을 자랑하는金宰炫(신일고)은 일찌감치 연세대로 진로를 결정,LG측의 공세에도 흔들리지 않고 있다.
또 충암고의 申潤浩는 동료들과 함께 대학으로 진학하라는 학교측의 종용을 뿌리치고 일찌감치 LG행을 굳혔다.
고졸유망주들이 프로구단과 대학 사이에서 흔들리는 것은 학교측의 동료와 함께 진학하라는 의리(?)강요와 프로구단의 집요한 고액 계약금 제시에서 비롯되고 있다.
프로구단은 투수의 경우 대졸선수보다 고졸 유망주를 키워나가는게 장기적인 안목에서 투자가치가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
대학의 입장에서도 라이벌 학교와의 경기에서 승리하기 위해 대어급 선수확보가 필수적이다.이 때문에 군더더기 선수까지 받아들이고 있으며 장학금 명목으로 계약금에 준하는 금액을 특정선수에게 건네주고 있다.
따라서 최근 수년간 계속되고 있는 대학과 프로구단의 스카우트분쟁은 유명무실해진 아마와 프로간의 신사협정이 반드시 지켜져야없어질 수 있다는 여론이다.
또 선수들 역시 신중한 판단으로 자신의 결정을 번복하지 말아야 하며 선수를 상품화하려는 학부모의 자세도 지양되어야 한다는지적이다.
야구인들은 대학이 배움의 전당다운 자세를 보이고 프로구단 역시 스포츠맨십을 준수하는 전문집단의 모습을 보여야 건전한 스카우트 풍토가 이뤄질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연례행사처럼 돼버린 아마와 프로간의 선수빼오기도 분명「한국병」이다. 〈張 勳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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