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소리.양악 신선한 접목-오페라 소녀심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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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열리고 있는 음악극축제가『아이다』에 이어 김자경오페라단(단장 강화자)의『소녀 심청』을 나흘동안공연했다.
『소녀 심청』공연은 여러 면에서 신선함을 안겨주었다.원로작곡가 김동진씨 작품인데 그가 오랫동안 연구해온 新唱樂으로 작곡됐다.그는「신창악」을『양악을 하는 성악인들을 위한 양악적인 신한국 음악』이라고 정의한다.즉 판소리와 양악의 만남 으로 판소리가락을 서양적 창법에 올려놓은 것이 신창악이라는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가 작곡한 오페라들은 소재는 한국적이면서 가락은서양적이어서 관중이 소화시킬 수 없었고 그만큼 외면당해왔다.
그러나 이번에 공연된『소녀 심청』은 전혀 달랐다.한국인에게 친숙한 전설인 심청전을 내용으로 우리 가락과 정서에 따라 작곡했다.다만 노래만 서양 창법으로 부를 뿐이다.의상도,무대디자인도 모두 한국적 양식에 맞춘 탓에 거기에 한국적 가락이 잘 어울려 쉽사리 관중들의 공감을 살수 있었다.
전설적인 내용에 스토리를 자연스럽게 이어준 연출력도 돋보였다.색채가 다른 장면들을 극의 흐름을 해치는 일없이 세트 이동작업을 통해 자연스럽게 해결하고 있었다.
무대 디자인은 무척 신선했다.환상적이고 꿈이 담긴 무대였다.
특별히 인당수 배에서 용궁으로 이어가는 2막1장의 장면은 환상적이었다.심청이 인당수에 몸을 던지고 바닷속의 환상적인 세계를거쳐 용궁으로 들어가는 장면은 관중을 비경속으로 빠져들게 했다.컴퓨터 그래픽으로 애니메이션을 창출해냈는데 현대의 메커니즘을적절하게 이용한 바람직한 시도로 여겨진다.
캐스트들도 우리가락에 흥이 난듯 노래했으며 웅장한 합창가락은관중을 신바람나게 해주었다.지휘도 섬세하고 적절하게 극의 흐름을 좇아주었다.
『소녀 심청』은 한국적인 오페라가 어떻게 가능할 수 있을까에새로운 이정표를 놓은 신선한 공연이었다.
〈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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