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시조지상백일장 초대시조-김상묵 저,가을 앞에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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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허망한 별 얘기나 구름 노래 한닢에도 가슴이 덥고 저리고 애틋하던 그 서덜 먼눈에 고개 돌리면 꽃단풍이 부시다 봄 여름내도란대던 푸샛것들 이름하며 해어진 입성에도 넉넉하던 꿈자리들 무서리 아침을 털면 화사했던 까치밥 그래 풀 한 뿌리도 예사로울 수 없는 누리 때 묻은 내 생각만 궁글러 부대낀 것을 손 씻어 섶에 모으고 가만 눈을 감아라 〈詩作노트〉 후줄근한 저녁길에 전철을 갈아타노라면 시절도 고향도 까먹은채 서울로 서울로유배당한 군상들이 구석구석 몰려서서 동전 모서리로 즉석복권의 행운을 긁는다.첨엔 그저 웃고 말았지만 거듭해보자니 그게 마치또하나의 내 모습만 같아 속가슴 이 척척해지곤 한다.
아,어디고 지천인 이 가을.온세상에 풍요가 넘치는데도 내 머리엔 히뜩히뜩 새치가 늘고 홀로 싱숭거려지는지….
아내의 포플린치마앞에 문득 면구스럽다.저나 내나 이젠 노랑물이 드는데 말이다.
■약력 ▲47년 충남성환 출생▲68년 中央日報 신춘문예 입상및 71년 時調文學誌 추천등단▲저서『金相默辭說』『土辭』『노래하는 이여』등▲음악저작권협회 근무(홍보부장) 김 상 묵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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