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문인촌」 건립 무산될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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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자연녹지로 7년간 사업승인 못받아/신청자들 “사기다” 협회에 대책요구
한국문인협회가 85년 5월 경관이 수려한 경기도 용인군 수지면 고기리 뒷산에 세우겠다고 발표했던 문인촌 건립계획이 7년이 지난 현재까지 착공은 커녕 행정당국으로부터 사업승인조차 받지 못해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더욱이 실무책임을 맡었던 유한근 문인협회 사무국장(42·시인·명지대 강사)이 문인들에 의해 검찰에 고발되는 등 송사끝에 지난달말 사퇴한데다 후임자는 인계인수를 거부하고 있어 사업승인이 나더라도 제대로 추진될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태.
문인촌 건립계획은 당초 야트막한 산언저리 2만3천평에 그림같은 집들(단독주택과 빌라형 다세대주택)을 짓고 한켠에는 육필원고 등 그곳에서 살다간 문인들의 발자취를 영구 보존하는 현대문학기념관까지 세워질 예정이었다.
이에 따라 문인촌 계획에는 감태준(46·시인·한양여전 교수) 김원일(51·소설가) 김용운(53·소설가) 신동욱(51·평론가·연세대 교수) 오태영(45·희곡작가) 윤병로(57·평론가·성균관대 교수) 윤재근(57·평론가·한양대 교수) 이태동(55·수필가) 조선작(53·소설가) 허세욱(59·번역가·고려대 교수) 홍윤숙(68·시인·전 한국시인협회장) 등 이름난 문인들이 대거 참여했었다.
걸인행색으로 숱한 화제를 뿌렸던 시인 천상병씨(92년 작고·당시 62세)도 앞장서 참여했고 원로시인 황금찬씨(75)는 89년 9월 다른 사람이 개인사정으로 포기해 생긴 입주권을 사 막차를 탔다.
문인협회는 문민 1백23명으로부터 택지구입비 명목으로 모두 9억3천8백10만원을 거둬 문제의 땅을 사들여 1백23명 공동지분으로 등기이전을 마쳤지만 관할 용인군청과 경기도청은 87년부터 세차례에 걸쳐 『문인촌 예정지가 자연녹지여서 택지조성이 불가능하다』고 통보했다.
문인들은 엉뚱하게도 집도 지을 수 없는 자투리 산을 사고만 것이다.
이에 대해 피해문인들은 문인협회가 사업승인 불가통보를 받고도 이를 알려주지 않고 문인촌 건립을 계속 추진하다 그르친 것은 결과적으로 사기극을 벌인 셈이라며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문인협회는 문인촌 건립계획을 유 전 사무국장이 전권을 쥐고 추진했기 때문에 협회가 책임질 사안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는 반면 유씨는 사무국장이었기에 그일을 떠맡았을 뿐이었다고 반박하며 문제의 땅을 택지로 변경할 수 있는줄 알았다고 해명하고 있어 처리결과가 관심거리다.<정태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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