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문제 보다 적극 자세를(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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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북한과 미국의 비밀접촉이 급박하게 진행되고 있고,협상의 카드로 일괄타결이 논의되고 있다. 북이 핵사찰을 받아들이는 대신 미국은 수교 및 경수로 지원 등 기타문제에서 상당한 양보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타결방식에 대해서는 우리 정부측도 수긍하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일괄타결로 북한이 핵무기 개발을 포기하고 핵사찰을 받아들여 핵에 관해 투명성을 보장한다면 일괄 타결로 한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우리가 걱정하는 것은 핵문제를 둘러싼 지금까지 북한의 행적에 비추어 과연 국제사회가 납득할 만큼 핵투명성을 보장하겠느냐다. 북한은 지금까지 핵을 그들의 외교목표를 달성하는 카드로 십분 활용하면서도 핵무기 개발에 대한 강한 집착을 보여왔다.
핵에 대한 북한의 진정한 목표가 외교카드로의 활용인지,궁극적으로 핵무기 보유인지에 대해서는 판단이 엇갈리고 있다. 미국이나 한국정부내에도 두갈래의 시각이 있다. 북한의 목표가 외교카드로 활용이라면 우리측의 양보도 좋고,일괄타결도 고려해볼만하다. 실제로 지금까지 북한은 핵카드를 활용해 숱한 양보를 얻어냈다. 우리의 일방적인 비핵화선언·주한미군의 핵무기철거·미국과의 대화채널 격상이 이뤄졌다. 핵사찰만 받아들이겠다고 하면 앞으로 미일과의 관계개선,경제 및 원전협력과 팀스피리트훈련 중지,대북 경제협력 등이 약속되고 있다.
북한으로서는 휴전후 40년간 국제사회에서 얻으려던 것의 상당부분을 핵카드로 얻게 되는 것이다. 북한의 목표가 핵을 외교카드로 활용하는 것이었다면 그것은 대성공을 거두었다고 평가할만하다.
그러나 북한의 목표가 궁극적으로 핵무기 보유에 있다면 얘기는 다르다. 우리측의 양보나 유화적인 자세는 국제사회에서 우리의 명분을 강화시키긴 하겠지만 북한의 핵개발 저지에는 아무 소용이 없다. 오히려 북한에 핵개발의 시간과 자신감만 줄 뿐이다. 우리 내부적으로도 국론분열과 안이한 기대감에 따른 안보태세 이완과 방심을 불러일으킬 위험이 크다.
정부의 판단으로는 북한은 원자탄 1∼3개를 제조할 수 있는 플루토늄을 확보해 95년까지는 핵무기를 만들 수 있으리라고 한다. 그렇다면 북한이 핵무기 개발을 포기하고 이를 납득할만한 사찰을 통해 투명하게 확인시키지 않는한 우리는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전제로 이에 대비해야 한다. 우선은 북­미 협상에서 북의 핵투명성이 분명히 확인될 장치를 강구하도록 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되지 않을 경우에는 국제공조를 통한 대북제재는 물론,장기적으로 북한 핵에 대응할 수 있는 자체의 능력을 키우는 일에 나서야 한다. 남에게만 의지하면서 북의 핵공갈을 언제까지 당하고만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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