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개지역 동시발화 LA화재 현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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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28일 새벽 동이 트자 전날밤 불길이 삼켜버린 남부 캘리포니아 일대의 참상이 처참하게 드러났다.
이번 불로 가장 큰 피해를 본 라구나비치는 수백만달러짜리 저택들이 즐비한 아름다운 도시였으나 많은 거리의 집들이 모조리 불타 옛 모습을 알아볼 수 없는 잿더미로 변했고 이곳 저곳에 시커멓게 그을린 벽돌굴뚝들만 남아있는 모습.
○…소방당국은 이번 화재가 방화로 인한 것도 많지만 10여건을 자연발화로 보고 있는데 올해 특히 강하게 불고 있는 샌타애나바람으로 나뭇가지.관목 등이 마찰하면서 불씨가 생겨난 것으로추정. 예년에도 샌타애나 바람으로 인한 산불이 10월을 전후해가끔씩 발생했으나 이번처럼 단기간에 많은 장소에서 불이난 것은처음이다.
○…화재발생 2일째인 27일 로스앤젤레스로 통하는 주요 고속도로가 산불로 불통되는 바람에 도심에서 근무하거나 영업하는 대부분의 시민들은 우회지방도로 등을 통해 출근하느라 북새통을 연출. 市당국은 불길이 계속 번지자 위험지역에 위치한 대부분의 학교들에 휴교령을 발동하고 적십자사등 공공기관에 신속하게 긴급구호소를 마련.
○…불길이 예상을 넘어 넓은 지역으로 번지자 외곽지역에 거주하는 韓人교포들은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며 TV등을 통해 보도되는 화재상황을 시시각각으로 확인.
불길이 번진 곳에서 불과 3백m 떨어진 곳에 사는 라구나 비치의 李선씨는『악몽과도 같은 밤이었다.지난해 폭동이 다시 찾아온 것 같았다』며『연기가 집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문을모두 걸어 잠근 채 초조한 시간을 보냈다』고 당시 상황을 술회. ○…캘리포니아지역을 휩쓴 불중 적어도 한 건은 노숙하던 중국인 부랑자가 피운 불때문인 것으로 확인됐다.
안드레스 황이란 35세의 이 남자는 27일 새벽 앨터디나의 산속에 있는야영지에서 노숙하다 몸을 녹이려고 모닥불을 피운 것이 때마침 불어온 강풍을 타고 맹렬한 기세로 번진 것으로 밝혀졌다. [로스앤젤레스支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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