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캐나다총리 나프타 재협상 요구 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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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北美자유무역협정(NAFTA)의 재협상을 선거공약으로 내세웠던장 크레티앙이 캐나다의 차기 총리로 확정됨에 따라 세계최대의 경제블록 NAFTA는 시행을 눈앞에 두고 심각한 시련을 맞게 됐다. NAFTA는 그렇지 않아도 미국 의회의 심각한 반대에 부닥쳐 비준이 불확실한 상황인데 엎친데 덮친격으로 당사자 3국중의 하나인 캐나다마저 재협상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25일 캐나다 총선에 집권 진보보수당을 궤멸시키고 총리에 확정된 크레티앙은 첫 기자회견에서 NAFTA의 재협상 의지를 강력히 천명했다.
다음달 4일께 취임식을 갖고 조각을 마치면 바로 NAFTA문제를 다루게 될 크레티앙 차기총리는 재협상의 논의과제로 노동,환경,보조금의 정의,반덤핑,자원관련조항등 다섯가지를 내세우고 있다.5개 과제는 NAFTA가 시행될 경우 캐나다 에 피해를 줄수 있는 것들이다.
이같은 크레티앙 차기총리의 태도에 대해 클린턴 미국대통령은 『재협상의 필요가 없다』고 밝히고 있으나 사태는 그렇게 간단치않다. 크레티앙 차기총리는 그동안 집권 진보보수당이 보였던 對美 경제종속적 자세를 강력히 비난하고 캐나다의 독자적인 위상을강조했다.
NAFTA는 캐나다의 이익이 세심하게 고려되지 않은 채 미국의 주도아래 맺어진 협정이라는 것이다.
지난해 10월 미국.캐나다.멕시코등 3국정부의 합의를 마치고캐나다에서는 의회의 비준까지 거친 NAFTA이지만 크레티앙 차기총리는 이 협정이 아직 선포되지 않았음을 들어 재협상의 법적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캐나다 국내법에 따르면 외국과 맺은 조약은 의회의 비준및 공식선포 과정을 거쳐 발효된다.재협상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결국 선포과정을 거치지 못해 사실상 무효화될 가능성도 있다.
이같은 캐나다의 공세는 클린턴대통령으로서는 매우 아픈 것이다. 다음달 17일 美의회의 표결을 앞두고 부결방지를 위해 클린턴대통령은 가능한 모든 수단을 다 동원하고 있다.
NAFTA의 의회 통과를 용이하게 하기 위해 의원들이 비교적호감을 갖고 있는 슈퍼 301條의 부활조항을 부대조항으로 삽입했다. 또 NAFTA시행후 미국의 실업이 늘어날 경우 이 협정에서 탈퇴할 수 있는 조항의 삽입도 검토중에 있다.
이같은 조항들은 의회통과만을 의식,NAFTA의 기본취지를 퇴색시키는 것들로 클린턴대통령의 조바심을 반증하는 것이다.
NAFTA의 의회통과는 현재로서 낙관하기 힘들다.상원은 찬반이 호각지세이지만 하원에서는 반대가 과반수다.
특히 반대진영에는 로스 페로 前대통령후보.리처드 게파트 하원원내총무(민주당)등이 버티고 있어 백악관측의 공략이 잘 먹혀들지 않고 있다.
결국 20여일 남은 표결까지 의회의 표확보라는 미국내의 문제와 캐나다와의 재협상이라는 두가지 난제를 해결하지 못할 경우 미국 주도하에 시도된 세계 최대의 경제블록 NAFTA는 거품으로 끝나게 될 것이다.
〈金祥道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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