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엎드린 공직 일으키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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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요사이 金泳三정부의 改革정치가 관료제의 상층부만 온통 흔들어놓을 뿐 그 두터운 벽을 뚫고 안으로 스며들지 못해 결국 국민의 일상적 삶에 이렇다할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얘기를 자주 듣는다.전래의 권위주의가 아직 그대로 殘存해 있는 데다 이에 더하여 政權변동기에 특히 두드러지는 기회주의.保身주의까지 겹쳐 공무원의 적극적 대민봉사를 기대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진다는 말이다.모든 정책이 관료제를 통해 구체적으로 민생에 반영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관료제의 이러한 타성을 불식시키는 일은 앞으로 개혁정치의 成敗를 좌우하는 매우 주요한 문제가 아닐 수없다. 軍部 권위주의정권 아래에서 오랜 세월을 살아오면서 우리나라의 관료들은 국민에 대한 봉사에 앞서 상관이나 상급기관에 대한 충성에 힘을 기울였다.말하자면 위만 보고 살아온 셈이다.
그러자니 행정 서비스 不在속에서 참된 의미의 公職 개념 이 형성될 수 없었다.그런가하면 그동안 관료제는 정부와 국민간의 관계를 흔히「어른과 아이」의 관계로 유추해 왔다.이러한 시각에서볼 때 국민은 무력한 施惠의 대상일 뿐 스스로 그들의 생활 욕구를 정의하고 정치과정에 동참할 수 있는 적극적인 존재가 아니다.이처럼 정부와 국민간의 관계가 성숙인들간의 인격적 관계가 아닌,성숙인-미성숙인간의 차별적 관계로 인식될 때 국민들은 관료에 종속적인 존재로 전락된다.이것을 우리는 권위주의로 표현해왔다.이에 더하여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거센 司正의 寒波가 몰아치자 공무원들은 몸을 한껏 움츠리고 기회주의와 보신주의를 방패삼아 태풍이 지나가기만 기다리고 있는 형국이다.
그렇다면 이처럼 관료제 안에 깊숙이 자리잡은 권위주의와 보신주의의 습성을 어떻게 타파할 수 있을까.또 어떻게 하면 우리 관료제가 진정으로 국민에게 귀의하는 民生動機의 적극적 봉사행정체제로 거듭날 수 있을까.이를 위해서는 첫째,金 泳三 개혁정치의 의지가 뚜렷하고 지속적이며,그 내용이 분명해야 한다.정부의개혁 내용이 불분명하고 그 바탕이 흔들릴 때,개혁이 일관성을 잃을 때 관료제는 방향을 잃고 기회주의로 흐른다.더욱이 金泳三개혁의 주요한 권위의 원천인 도덕 성이 훼손될 때 관료제는 自己省察과 刷新의 정신적 바탕을 상실한다.다시 말해 개혁정치의 생명력이 건강하게 살아 숨쉬고 그 기운이 지속적으로 관료제를 감동시킬 때 관료제의 의식개혁은 비로소 그 첫걸음을 내딛게 되는 것이다.
둘째,정치환경의 민주적 개선이 중요하다.정치적 리더십을 비롯,국회및 지방의회.행정부의 政務職이 더욱 민주화.개혁 지향화되고 이에 뒤질세라 시민사회가 크게 활성화되어 관료제를 포옹할 경우 얼마간의 지체가 있을지라도 관료제의 변화는 어렵지 않게 찾아들 수 있으리라고 본다.행정부를 감시하고 견제할 수 있는 민주 통제가 가능할 때 기존의 권위주의.권력지향주의.기회주의.
보신주의가 설 땅은 그만큼 줄어들기 때문이다.
셋째,관료제 내의 의사소통 구조를 민주화하고 참여를 제도화해야 한다.그런 의미에서 그동안 권위의 성채 속에 깊숙이 갇혀있던 법원이 최근 변화의 용트림을 하기 시작했고,몇몇 부처에서 상.하 직원이 함께 모여 정책토론회를 열고 있다는 소식은 매우고무적이다.
관료제 내에 言路를 트고,하위직원도 조직내의 의사결정에 참여시키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하다.부처의 정책토론회에 시민을 참여시켜 행정고객의 입장을 반영시키면 대민행정 차원에서 더 큰 수확을 거둬들일 수 있을 것이다.관료제가「열린 사회 」로 나아갈때 공직사회는 그만큼 국민들에게 가까이 다가 갈 수 있다.
넷째,공무원에게 책임과 더불어 그에 상응하는 권한도 부여해야한다.우리나라의 경우 권한은 위에서 모조리 거머쥐고 아래 사람들에게 뼈빠지게 일만 시키며 책임만 지우는 경우가 허다하다.그러니 신명이 나서 소명감을 가지고 공무를 집행하 게 되지 않는다.권한이 손에 쥐어질 때만이 공무원은 적극적으로 사고하며,제일로 받아들이고,서비스지향적.문제해결적으로 접근한다.
***權限가져야 일에 신명 다섯째,공무원의 인력구조를 관리 중심에서 사업부서 중심으로 개편할 필요가 있다.우리나라의 경우기관의 고유 업무를 수행하는 인력보다 이 고유 업무를 수행하도록 지원하는 관리.사무직등 간접인력의 비율이 지나치게 높다.이간접인력을 대폭 줄이고 여기서 남는 인력을 국민에게 직접적으로봉사할 수 있는 현업부서로 돌려야 할 것이다.
蘇聯및 東歐사회주의 체제를 무너뜨린 主犯이 바로 부패하고 化石化한 黨.국가관료제라는 말이 있다.이렇듯 관료제 개혁은 金泳三 개혁정치 성패의 주요 관건이다.따라서 金정부는 관료제가 개혁정치의 요람이 될 수 있는 방안을 보다 진지하게 강구해야 할것이다. 〈延世大교수.행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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