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획기적 치안대책 필요하다(사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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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치안이 위협받고 있다. 경찰청 집계에 따르면 89년의 「범죄와의 전쟁」이후 다소 주춤했던 범죄가 다시 고개를 들어 올들어서는 지난해에 비해 8%의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살인·강도·강간 등 강력범죄는 놀랄만한 증가세를 보여 8월말 현재 살인은 지난해 같은기간에 비해 33%,강도 26%,강간은 40%나 늘어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범죄발생이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고,특히 강력범죄가 엄청나게 늘어나는 현상은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검찰·경찰 등 치안당국은 그 원인을 면밀히 분석해 새로운 치안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경찰은 범죄가 증가추세를 보이자 지난 4월부터 「흉악범죄 1백80일작전」을 벌여왔다. 그러나 범죄가 줄어들기는 커녕 그후 살인은 지난해 같은기간에 비해 40%,강도 30%,강간은 50%나 늘어났다. 학생시위 등이 거의 없어져 경찰력을 민생치안쪽에 대거 투입했고,「흉악범죄 1백80일작전」이란 비상대책까지 마련했는데도 오히려 강력범죄가 늘기만한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우선 경찰의 사기가 떨어진 것을 그 한가지 원인으로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일선 경찰들에 따르면 문민정부 출범이후 관내 업소나 유지들로부터의 지원에 크게 줄어들었다. 그러나 봉급이나 수당 등 예산은 그대로이고,그렇다고 어려운 여건속에서도 사명에 더욱 충실하려는 의지가 확립된 것도 아니다.
시위 등의 부담이 줄어 인력조건은 좋아졌으나 예산은 그 유지에도 힘에 겨워 일선에선 오히려 인력증원을 부담스러워하는 형편이라고 한다. 사정이 이렇다면 상부에서 아무리 독려해도 예방활동은 소극적·형식적이 되기 쉬울 것이다.
또 하나 범죄가 늘고 있는 원인으로는 사회여건의 변화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전반적인 불경기에다,특히 유흥업소가 서리를 맞으면서 발붙일 곳을 잃은 우범자들이 범죄에 나선 것이 강력범죄가 크게 늘어난 요인으로 보인다.
그런데다 89년 「범죄와의 전쟁」때 검거되었던 조직폭력원들이 최근 속속 출감하고 있어 현재대로라면 강력범죄는 앞으로 더 기승을 떨 것 같다. 당국의 통계를 보면 10월말 현재 만기 또는 구속집행 정지로 출감한 조직폭력배는 두목급 7명,이른바 3대 「패밀리」 조직원 50여명 등을 포함해 39개파 2백11명에 이른다.
이런 저런 사정들을 종합해볼 때 치안대책은 새롭게 정비·강화되어야 한다. 과거와는 달리 잘말 활용하면 인력은 부족하지 않다. 문제는 이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배치하고 동원해 범죄증가 추세에 대비하느냐에 있다. 필요하다면 특별예산을 요청하고 새로운 「범죄와의 전쟁」을 벌여서라도 범죄의 증가추세는 억제해야 한다. 근무여건이 나빠진 것은 인정되지만 그렇다고 무사안일에 빠져서야 될 일인가. 강력범죄의 증가에 대응할 새로운 치안대책 마련을 강력히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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