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소득 부자」 늘어/92년 고액납세자 100명을 보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제조업종 순위 밀려 소득구조 불건전화/전경환씨 횡령·탈세처벌 불구 고액 배당
우리나라에서 돈을 가장 잘 버는 사람 1백명의 소득내용을 살펴보면 「돈이 돈을 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실감케 한다.
땀흘려 번 사업소득으로 일어선 사람은 갈수록 줄어드는 반면 배당소득이나 이자소득·부동산소득 등 자본소득을 누린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경제의 볼륨이 커지면 자본소득도 덩달어 늘 수밖에 없지만 정상적인 기업활동을 통해 큰돈을 번 사람이 적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 경제가 처해있는 구조적인 문제점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우리의 소득구조가 건전하지 못한 쪽으로 흘러가고 있는 셈이다.
올해 종합소득세 1백대 납세자들은 지난해 2천5백14억원을 벌어 1천16억원을 세금으로 냈다. 지난해 1백대 납세자와 비교할때 신고소득은 39.7%,세금은 31.3%나 늘어났다.
이들의 소득을 항목별로 보면 배당소득이 1천6백56억원으로 전체의 65%를 차지했으며 그 다음 사업소득 4백33억원,근로소득 2백18억원,부동산소득 1백94억원의 순으로 집계됐다.
배당소득의 경우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 일가의 배당이 늘어난 탓도 있지만 지난해 1백대 납세자의 총소득에 비해 무려 83.6%가 늘었다.
부동산소득도 23.6%의 급증세를 보였다. 사업소득으로 잡히는 주택건설·판매업자의 소득까지 합하면 부동산 소득은 4백86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1백위권 안에는 부동산 소득자가 28명이나 포함되어 있다.
사업소득은 지난해보다 13.7%,근로소득은 4.8%가 줄어드는 등 부진을 보였다. 주택 건설업자의 소득을 빼면 실제 이들의 사업소득 규모는 극히 미미하다는 분석이다.
상위 10위권을 봐도 이런 추세는 확실해진다. 정주영씨 일가 4명이 1∼3,5위를 석권했고 부동산·주택매매 업자가 4,9,10위에 올랐다. 정씨 일가가 현대중공업 등 현대계열사에서 유례없는 규모의 배당을 받았지만 생산활동의 결실을 거두었다기 보다는 국민당의 정치자금을 대기 위해서였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동생이자 새마을운동 중앙본부장을 지낸 전경환씨의 7위 부상도 관심거리.
전씨는 51%의 지분을 갖고있는 새마을지도자 소유의 서울 가양동 1190 1만2천평 땅이 91년 주택공사에 2백2억5천만원에 수용되면서 56억7천만원의 배당소득을 올려 19억9천5백만원의 세금을 냈다.
전씨는 88년 5공비리 수사때 새마을신문사에 지원된 정부예산 1백20억원중 25억원을 횡령하고 10억원을 탈세한 사실이 드러나 처벌 받았으나 자신은 주식지분을 계속 지켜 이같은 고액배당을 받을 수 있었다.
새마을신문사는 지난 83년 이 땅을 연구시설단지와 스포츠 시설단지를 조성한다는 명목으로 평당 3만원의 헐값에 샀으나 생산녹지에서 택지로 형질을 무단 변경한채 방치했었다.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이번 소득세 납세 1위에 오름으로써 풍성한 기록이 쏟아졌다.
정씨는 84년 1위를 차지한 이후 8년만에 컴백한 셈이며 77∼79년,82∼84년을 포함해 통산 일곱차례 1위를 기록,최다 1위 기록인 한진그룹 조중훈회장의 9회에 한발 가까이 접근했다.
정씨는 지난해 배당으로 현대중공업 2백64억원,현대증권 12억원,현대상선 43억원,현대산업개발 7억원,고려산업개발 9억원 등을 받았고 국회의원 세비 1천3백만원,명예회장으로 현대시멘트에서 받은 봉급 1천2백만원 등 2천5백만원의 근로소득을 올린 것으로 집계됐다.
한편 최수길 현대중공업 대표는 현대중공업에 대한 정기법인세 조사결과 회사의 쓴 곳이 불분명한 소득탈루가 나타나 세법상 대표자에 대한 상여금 지급으로 처리하는 바람에 본의 아니게(?) 20위에 랭크.<이재훈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