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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에 번지는 퇴직준비 교육-財테크서 건강관리까지 다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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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여러분은 사회의 초년생이나 다름없습니다.퇴직금을 얼마 받았다는 말을 가급적 하지마시고 빚보증도 서지마십시오.남의 말에 솔깃해 투자하는 것은 절대 금물입니다.』 韓電이 정년퇴직 예정자를 대상으로 연수원에서 3일간 실시하는 퇴직준비 교육과정의 한 장면이다.
선배들의 머리가 이미 희끗희끗해졌음에도 불구하고 젊은 교육진행자는 회사라는 둥우리를 떠나는 이들이 아무래도 맘이 놓이지 않는듯 주의사항을 다시 하나하나 챙긴다.
이어 감정평가사의 부동산관리및 財테크교육,서울大의대 강사의 50대 이후 건강관리방법,철학박사의 생활역학교육이 하나하나씩 진행되고 교육생들은 어린 학생처럼 노트에 강의내용을 또박또박 적어나간다.
이른바 「그린 플랜(Green Plan)」이라 불리는 퇴직예정자에 대한 교육은 日本에선 70년대부터 대부분의 기업들에 보편화된 것이지만 국내에선 韓電이 85년 국내 처음으로 도입한 이후 한동안 주목을 끌지못하다 지난해부터 油公등 일반기업들에까지 조금씩 확산되고 있다.
또 퇴직하는 직원들에게 영업소등의 자리를 내주거나 재창업을 지원하는 것은 물론 퇴직후 자리를 잡을 때까지 일정한 재정지원을 해주고 또 퇴직자들끼리 모임을 만들도록 지원해주는 기업들도늘어나고 있다.
과거 어느날 총무부.인사부에 올라가 퇴직처리를 하고 부원들과의 간단한 회식 한번 거친뒤 수십년간 몸담았던 직장을 총총히 떠나던 모습과는 판이하게 달라진 퇴직풍속도가 자리잡는 셈이다.
油公의 퇴직대상자 교육은 韓電의 교육과 내용은 다소 비슷하지만 퇴직직전에 실시하는 것이 아니라 충분한 대비가 가능하도록 정년을 3~5년 앞둔 만55세부터 57세의 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특징이다.아울러 油公측은 이「그린 플랜」 과정을 신입사원들이 주종이 되는「옐로우 플랜」,30~40대 중견사원을 대상으로 하는「스카이 플랜」과 맞물리게 해 입사후부터 퇴직 때까지 연령에 따라 미래설계를 하고 이에 맞게 준비를 할수 있도록하고 있다.
삼양사도 이와 유사하게 구성원 개개인이 재직중에는 물론 정년퇴직 이후에도 충실한 삶을 보낼수 있도록 내년부터 30대,40대,50대별로 3박4일 과정의 생애개발교육을 실시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大宇자동차는 올해부터 정비계통에서 10년이상 근속한 사원이 퇴직할 경우 자동차서비스센터 설립에 필요한 부동산 구입및 임차금의 50% 융자와 각종 부품.기술등도 제공해주는 퇴직자 지원제도를 마련,현재 2곳이 문을 열었다.
(주)大宇자동차판매도 영업사원이 아니라도 그룹임직원이면 퇴직때 회사측이 필요자금의 60%까지 지원,자동차판매영업소를 설립할수 있게 돕고 있는데 퇴직자의 안정된 생활기반 확보는 물론 회사측도 손쉽게 영업소를 한곳 늘리는 셈이어서 一石二鳥 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
삼성물산의 의류사업부나 복사기 전문업체인 라이카의 경우도 5년이상 근무사원을 대상으로「사내 기업가 제도」를 실시,회사측이자금일부를 지원하는 조건으로 대리점 사장으로 독립토록 하고 있다. 味元도 퇴직자가 희망할 경우 관련업계에 재취업을 알선해주고 있으며 공장의 각 공정을 독립시키거나 어떤 사업을 용역줄 경우에도 퇴직직원을 우선으로 하고 있다.
味元 영등포공장의 생산과장으로 있다가 퇴직후 이 공장내 제품포장및 화물수송업무를 전담하는 용역회사를 설립한 高錫壽씨는『회사측의 배려로 퇴직후 이 일을 하게 됐는데 내 회사였다는 생각때문에 더욱 열심히 일하게 된다』고 말했다.
코오롱그룹은 임원출신이 퇴직할 경우 고문으로 위촉해 재취업하기 전까지 최종급여의 30~70%를 2년동안 지급하며 자녀들에게도 학자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지원을 하고 있다.
***퇴직자 모임 결성 이같이 기업들이 퇴직 임직원들에게 관심을 기울이게 된것은 80년대 후반부터 대부분 기업의 성장이 둔화되고 이에따라 정년퇴직자들의 수 또한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임직원을 단순 퇴직시킬 것이 아니라 별도의 퇴직준비 교육이나 퇴직시 지원제도를 갖춤으로써 퇴직에 대한 불안감을 다소 해소시키고 퇴직때까지 충실한 회사생활을 유도할 필요가있다고 판단하게 된 것이다.
아울러 이를 통해 회사의 대내외적 이미지를 높이고 재직중인 사원들로 하여금 회사에 신뢰감을 갖도록 할수 있다는 판단도 그이유다. 이와 함께 퇴직후 각계로 진출한 임직원들끼리의 상호친목을 꾀하고 회사에 대한 조언및 정보제공등도 할수 있도록 회사측이 사무실및 운영비를 제공하여 퇴직자클럽을 결성하는 곳도 늘어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인 李經植現부총리가 초대회장을 맡았던 大宇그룹출신의 宇人會며 三星그룹의 경우도 올2월 퇴직 임직원을 중심으로 星友會를 결성했다.
지난해 6월 LG클럽이란 퇴직임원 모임을 결성한 럭키금성측은아예 서초동에 건물을 세내 다른 곳에 바로 진출하지 못한 임원들이 사업구상이나 향후 계획을 짤수 있도록 개인전용 사무실을 마련해주고 있기도 하다.
〈李孝浚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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