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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총선·측근수사 트라이앵글 속의 국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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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 盧대통령 연두기자회견

노무현 대통령의 14일 연두기자회견의 화두는 '일자리'였다. "올해는 일자리 만들기를 정책의 최우선에 두겠다"고 했다.

'일자리 창출을 위한 경제 지도자 회의'도 열겠다고 했다. 모든 역량을 경제에 집중할 것임을 예고했다.

이날 회견은 다짐이지만 반성이었다. 지난 1년의 잘못이 앞으로 1년의 계획으로 표출됐다. 이미 구체적인 움직임은 있어 왔다. 지난해 말 개각이 그렇다. 코드 인사를 지양했다. 전문 관료로 충원했다.

경제의 중요성도 지난해 말부터 강조됐다.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을 위해 국회에도 달려갔다. 모두가 지난 1년의 학습 효과였다. 그러나 그 의지가 전달되지 않았다는 게 盧대통령 스스로의 평가다. 공무원들에게조차 먹혀들지 않았다. 공무원들의 '발광(發光)'을 주문한 것도 그래서였다.

盧대통령은 이날 '불확실성'을 얘기했다. 지난 1년간 자신을 가장 괴롭힌 단어라고 했다. 그러면서 답답함을 호소했다. 만나는 사람마다 물었다는 것이다. "무엇이 불확실한가요. 투자입니까, 노사입니까, 정치입니까."

그때마다 구체적으로 뭔가를 요구한 사람은 없었다고 했다. '두루뭉수리'로 불확실성을 얘기한다는 게 盧대통령이 밝힌 불만이었다. 이 때문에 불확실한 건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말았다.

그러나 이날 회견을 지켜본 사람들의 반응은 달랐다. "불확실성의 대상은 盧대통령 자신이었다." 한 기업체 고위 간부의 말이다. 경제 부처의 한 사무관도 같은 말을 했다. 그들은 말했다. "이제 경제를 살리겠다는 盧대통령의 의지가 진심이라면 그 불확실성은 반감된다." 그들은 덧붙였다. "그 의지가 실현된다면 불확실성은 없어진다." 대통령이 확실하면 불확실은 자리잡을 곳이 없다는 것이다. 그것이 안정이란 얘기다. 모든 정책의 출발점이라는 지적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그러지 못했다는 것이다. 당장의 장애물이 총선이었다. 총선에 매달리는 인상을 너무 강하게 심어줬다. 청와대 참모들의 분석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경제 살리기 의지가 희석됐다는 것이다. 그래서 믿어주지 않았고 반영되지 못했다.

盧대통령은 지금 마(魔)의 삼각지대에 서 있다는 분석도 있다. 국정과 총선, 그리고 대선자금 수사가 그 꼭지점이란 것이다. 세개가 서로 물려 삼각형을 이룬다. 어느 하나도 떼어놓고 생각하기 어렵게 돼 있다. 그러나 한 꼭지점은 통제가 어렵다. 대선자금 수사가 그것이다. 특검도 시작됐다. 저절로 굴러가게 돼 있다. 어떤 상황이 전개될지 모른다. 盧대통령은 이미 종속변수다. 나머지 두 꼭지점이 盧정권의 운명을 좌우하게 된다는 게 분석의 요체다.

문제는 어떻게 연결시키느냐다. 동시 연결은 불가능하다. 그것은 지금까지 盧대통령이 추구해온 방식이다.

그 같은 시도의 반성이 이날의 기자회견이다. 청와대 참모들도 이를 인정한다. 이날 총선과 재신임의 연계 방침을 철회한 것도 이를 방증한다.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꼭지점을 돌며 삼각형을 그리는 이치여야 한다는 것이다. 순서가 있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국정을 그릴 땐 총선을 잊어야 한다는 게 나라를 걱정하는 사람들의 한결같은 얘기다. 고통이 따르더라도 말이다. 경우에 따라선 표를 잃더라도 그래야 한다는 것이다. 盧대통령이 이날 근로자들에게 임금 인상 요구를 자제해 달라고 한 게 좋은 예다.

자를 대고 긋듯이 하라는 충고다. 그러다보면 연필은 다음 꼭지점에 가 있다는 논리다. 자를 민심으로 여기라는 얘기다.

그러자면 출발점은 당연히 국정의 꼭지점이 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여당의 총선 패배가 국정의 실패로 이어져선 안 되기 때문이란 것이다. 총선 결과에 상관없이 모두가 사는 길은 대통령의 국정 전념이란 지적이다.

이연홍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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