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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변신(사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새 검찰수뇌부가 구성된 이후 적법수사와 인권보호를 위한 지침들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검찰총장이 피의자 조사시에 검사입회·임의동행의 형식을 빌린 강제연행과 철야수사의 금지 등을 지시한데 이어 15일 대검은 형사피의자에 대한 변호사선임권 고지,변호사 접견의 24시간이내 허용 등의 지침을 추가로 전국 검찰에 시달했다.
우리는 검찰의 이같은 지침들이 권위주의적이고 수사편의적인 그릇된 관행에서 벗어나 민주적이고 신뢰받는 검찰로 다시 태어나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보아 반갑게 여긴다. 엄밀히 따지자면 이런 지침은 너무도 당연한 것들이다. 15일 대검이 지침을 내린 변호인접견권만 해도 헌법과 형사소송법에 보장되어 있는 것이다. 또 대법원은 여러 차례의 판결을 통해 변호인접견권은 「피의자의 인권보장과 방어준비를 위한 필수불가결한 권리」라면서 변호인접견권의 제한은 어떤 이유로도 합리화될 수 없다고 강조해왔다.
그러나 검찰·경찰·안기부 등 수사기관들은 헌법상의 국민기본권인 변호인접견권을 공공연히 침해해 왔다. 법률지식이 적거나 경제력이 약한 사람,공안사건 피의자 등에게는 그 침해의 정도가 특히 심했다. 그래서 「유전무죄」 「유선무죄」라는 말이 수사단계에서부터 나돈 것이 그동안의 현실이었다.
검찰 스스로가 국민의 기본권 조차 침해하면서 법질서의 수호자임을 자임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는 아무리 새로운 검찰상의 확립을 다짐한들 그것을 믿을 사람도 없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검찰이 어떤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더라도 이번 지침을 새로운 관행으로 정착시키길 기대한다.
새로운 지침들이 시달되자 일부 검사들은 수사가 무사안일에 빠지기 쉬우며,수사성과가 떨어져 범죄가 더 기승을 부릴 것이라는 불만도 털어놓고 있다고 한다. 수긍이 가는 일면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나 결국 이는 그동안의 반인권적·수사편의적 불법관행에 안주하려는 자세라고 밖에 볼 수 없다.
「백사람의 범인을 놓쳐도 한사람의 억울한 범인을 만들어선 안된다」는 이상론까지 주문하지는 않겠다. 그러나 최소한 「한사람의 범인을 잡기 위해 백사람의 인권을 침해하는 식의 수사여서는 안된다」는 점에는 모두가 동의하고 실천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대부분의 일선 검사들이 「수사에 어려움이 따르겠지만 결국 그렇게 나가야할 것 아니겠느냐」는 반응들을 보이고 있다는데 고무받는다. 피의자의 권리를 보장하면서 수사하는 것이 관행이 되어야 수사기술과 방법도 발전한다.
우리 사회의 대표적 엘리트집단인 검찰이 반인권적 집단이란 비난을 받는다면 사회 전체를 위해서도 불행한 일일 것이다. 모처럼의 개혁의지로 획기적인 체질개선을 이룩할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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