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교류재단 초청 서울온 중국사회과학원장 호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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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한·중 폭넓은 학술교류 희망”/활발한 상호인사·어학연수 추진계획/북경서 남북한 학자들 접촉 많았으면…
『지금까지 북한 사회과학원과 항상적으로 교류해온 중국 사회과학원은 이제 한국의 학계·문화계와도 폭넓은 교류를 희망합니다.』
한국 국제교류재단(이사장 손주환)의 초청으로 10일 방한한 후성(호승) 중국 사회과학원장(75)은 서울방문 목적을 이렇게 밝혔다.
원로정치인으로 중국 학계에서도 명망이 높은 그는 한중 수교이후 한국 국제교류재단과 중국 사회과학원간에 체결된 협약의 일환으로 앞으로 활발한 인사교류 및 상호 어학연수 등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50년대에 당 선전부 부부장,당이론지 『홍기』(『구제』 전신) 부편집장을 지낸뒤 문화혁명때 고생을 겪었으며 73년에 복권돼 개혁에 동참,85년 이래 사회과학원장을 맡아오고 있다. 그는 또 정치협상회의 부주석이어서 중국 통일을 위해 대만의 각계 각층 인사들가 접촉하는 일도 한다.
12일 숙소인 힐튼호텔에서 만난 후성원장은 서울방문 인상을 묻는 질문에 『48년에 홍콩에서 대연까지 선박편으로 가던중 인천에서 배를 갈아타며 잠시 내려 서울구경을 한적이 있어 이번 방문이 새삼스런 흥분을 안겨줬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민이 낙후된 사회를 40여년만에 현대화해낸데 존경심을 갖게 됐다』면서 『특히 서울은 「사람을 끌어당기는」 활기찬 도시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웃었다.
­중국 사회과학원이 요즘 하는 일은.
『중국에서 개혁이 본격화된지도 10년이 넘은 만큼 개혁의 이론작업이 절실하며 사회과학원은 바로 이론작업의 총본산이다. 지금 진행되는 개혁은 이론적 논증을 거친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 개혁이 중국민의 역량에 따라 진행되기 때문에 이론작업 못지않게 개혁에의 국민적 공감대도 중요한데 사회과학원은 이에 대해서도 책임지고 있다』
­현재의 개혁에 중국 지식인들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나.
『지식인들은 기본적으로 중국적 사회주의와 「당의 영도」도 지지한다. 당이 없으면 중국은 와해될 것이란게 지식인들의 일반적인 생각이다. 다만 지식인에게는 사회적 대우가 낮은데서 오는 상대적 박탈감이 남아 있다. 그러나 이것도 경제발전 과정에서 오는 과도적 문제로 인식하는 경향이다.』
­정경분리방식의 개혁에 지식인들이 불만을 갖지 않나.
『우리는 정치도 경제개혁에 발맞춰가고 있다고 본다.』
­현재의 개혁에서 문제가 있다면.
『역시 부패문제다. 지금 중국 당국은 반부패 투쟁을 전개하고 있고 이는 모든 국민의 바람이기도 하다. 부패의 뿌리를 완전히 뽑는 일은 어려운 과제다. 부패방지를 위해선 제도를 「건전화」하는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중국은 지금 이 문제에 심각히 대처하고 있다.』
후성원장은 「모택동 사상을 깔고 있는 중국 학자들과 주체사상을 앞세우는 북한 학자들간의 교류과정에서 문제가 없느냐」는 질문에 『중국·북한은 모두 사회주의국가고 자국의 실정에 맞게 사회주의를 독자적으로 추진하기 때문에 모순이나 갈등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사회주의노선상의 독자성을 인정하기 때문에 마찰은 없다는 얘기다.
그는 『모택동 사상이 마르크스­레닌주의를 중국현실에 적용한 것이라면 주체사상도 북한의 실정을 반영한 것』이라며 『한국과 중국이 각자 자본주의·사회주의의 길을 가지만 친구가 될 수 있듯 북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중국식 실용주의와 요즘 중국인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는 『중국 사회과학원이 국제학술회의를 통해 남북한 학자들이 자리를 같이하는 기회를 만들려 했으나 어느 한쪽이니가 불참하려는 분위기가 있다』면서 앞으로는 북경에서 남북한 학자들이 활발히 접촉하면 좋겠다는 기대감을 표명했다.
그는 궁극적으로 남북한 관계는 당사자의 노력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원칙론을 되풀이 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유영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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