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흑 바닷속 더듬어 시체확인/본사기자 인양지휘선 동승취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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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선체는 15m밑 비스듬히 누워/유리창 깨고 잠수부 선실 진입/유족들,한구씩 인양될때마다 “몸부림”
평온한 일요일 오전 수많은 목숨을 송두리째 앗아간 「죽음의 바다」 전북 부안군 위도 동쪽 6㎞해상.
사고후 하루가 지난 11일 집채만한 더미로 덮치던 4∼5m 파도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평온을 되찾은 바다에서 시체인양작업에 나선 해양경찰대 소속 잠수부들의 자맥질이 한창이다.
군 UDT대원,해경 최정예요원인 수군특전단 소속 잠수부 등 3백여명과 해경·해군·수산청 소속선박·어선 등이 동원돼 합동 작전을 펼치고 있다.
○90도로 쳐박혀
사고선박 서해페리호는 수심 15m의 뻘밭에 선체 3분의 2 정도가 파묻힌채 오른쪽으로 90도로 드러누워 있는 상태.
게다가 문이 열리지 않는 상태여서 구조대원들의 접근이 쉽지 않았다.
구조대는 해머로 선실 유리창을 깨고 간신히 한 사람이 드나들 만큼의 작은 구멍을 내 힘들게 시체를 인양해내고 있다.
『선실안은 아무것도 볼수 없을 정도였어요. 한손으로 손전 등을 쥐고 다른 한손으로 잡히는 대로 더듬어 시체인지를 구분할 정도니까요.』
○손전등 들고 작업
베테랑 잠수부인 UDT대원 전명수중사(34)는 『그러나 숫자를 헤아릴 수 없는 시체가 선실바닥 한군데로 몰려 뒤엉켜 있는것이 어렴풋이 보였다』고 말했다. 사고해역에서 어선을 빌려타고 초조하게 인양작업을 지켜보고 있던 유족들을 시체가 한구씩 건져 올려질 때마다 오열을 터뜨렸다.
대부분 신원확인이 불가능한 이들 시체는 군·경 헬기와 경비정으로 실종자들의 가족들이 기다리고 있는 군산 공설운동장으로 옮겨졌다.
군·경 합동작전의 「사령부」격인 1천5백t급 해경구난함에 승선,인양작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박일용 해경청장은 『선실문이 잠긴데다 흙탕물이 시계를 가려 시체인양작업에 큰 어려움을 겪고있다』며 12일 오전까지 19구의 시체를 끌어올리는데 그친 인양작업의 지연 이유를 설명했다.
황명수 민자당 사무총장 일행이 11일 오후 구난함을 방문,인양작업을 독려하기도 했지만 별다른 대책이 나올수 없었다.
○신원확인 불가능
군·경은 이에 따라 목포에 정박중인 해운항만청 소속 3천t급 대형 크레인을 불러 선체를 통째로 들어 올린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그러사 사고해역의 수심이 15m여서 대형 예인선의 접근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크레인 작업을 위한 준비에 많은 시간이 소요돼 1주일 이내에도 선체가 인양될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태다.<사고해역=예영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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