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명 목숨구한 위도주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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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SOS받고 어선 40척 동원 생사걸고 구조/자기일 팽개치고 옷·음식주며 간호에 혼신
위도 주민들의 헌신적인 구조활동의 인명피해를 크게 줄였다.
서해 페리호 침몰 해역에서 벌인 섬 주민들의 적극적인 인명구조 및 구호활동이 이번 사건의 피해를 최소화,61명의 목숨을 구해낸 것이다.
1백10t급 여객선을 침몰시킨 악천후의 바다에 소형어선을 끌고나가 전개한 생사를 건 2시간여동안의 구조 활동은 다름아닌 숭고한 인간애의 발로였다.
고기잡이를 하거나 낚시꾼을 싣고 있던 5∼15t급 어선들이 침몰해 가는 서해 페리호로부터 구조신호를 받은 것은 이날 오전 10시15분쯤. 통신망을 열어놓고 조업하던 40여척의 어선들은 SOS신호를 받자마자 4∼5m의 높은 파도와 돌풍이 몰아치고 있는 사고지점을 향해 쏜살같이 달려갔다.
당시 위도는 부근 해상에 떠있던 어선 대부분이 사고직후 20분에서 1시간사이 약속이나 한 듯 사고지점으로 일제히 몰려든 것이다.
특히 사고 지점에 가장 가깝게 있던 15t급 종국호(선장 이종훈·42)는 페리호가 가라앉는 장면을 목격하고 즉시 사고 지점으로 달려가 고무보트나 널빤지 등에 몸을 의지하고 있던 승객 44명을 구조했다. 구조 당시 거센 풍랑에 의해 배가 심하게 흔들리면서 배안으로 물이 차오르는 위험한 상황이 계속됐지만 이 배에 타고있는 선원 4명과 낚시꾼 등 10여명은 로프를 내려 물속에서 허우적거리는 승객들을 끌어올렸다. 그 사이 다른 어선들이 하나 둘씩 차례차례 도착했다.
어민들은 언제 삼각파도나 돌풍으로 자신의 배가 뒤집힐지 모를 해역에서 이번 사고 생존자의 대부분인 61명을 구조한 것이다.
페리호의 침몰을 목격한 선양호(선장 강길용·46)는 가장 가까운 포구인 파장금항으로 달려가 주민 김백산씨(45·동굴식당 주인)에게 이 사실을 알려졌고 김씨는 곧바로 경찰초소로 달려가 사고 소식을 처음으로 외부에 알렸다.
경찰에서는 방송을 통해 마을에 이 사실을 알려 주민 3백여명을 모으고 어선 20여척을 동원해 즉시 인명구조작업에 나섰다.
주민들은 생존자들을 파장금 마을로 옮긴뒤 일부 호흡곤란 환자들에게 인공호흡을 시켰으며 승객들의 흠뻑 젖은 옷을 갈아 입히고 음식을 주었다. 또 송도횟집 주인 정부남씨(50) 등 상당수 주민들이 생업을 중단한채 생존자들의 간호에 나섰다.
특히 이 마을 부녀회장 갈순녀씨(47)는 자신의 아들(17·부안고1)이 실종된 슬픔속에서도 부녀회원 20여명을 모아 마대자루로 들것을 마련하는 등 활발한 구조활동을 벌여 주위 사람들을 감동시켰다.<위도=이규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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