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 정부측 답변 무성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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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與野의원들의 國監자세가『많이 개선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나文民정부의 답변태도는 여전히 불성실하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특히 몇몇 장관들과 수감기관의 長은 중대사안에 대해 의원들의지적이나 현실을 애써 무시하는 듯한 낙관적인 발언으로 일관,의원들을 오히려 자극하기도 했다.또 몇가지 정부방침에 대해서는 당국자들이 서로 다른 입장을 표명해 혼선을 일으 키는 현상도 나타났다.
반면 의원들의 추궁에도 움츠러들지 않고 정부정책을 당당히 설명하거나「될일,안될 일」을 분명히 가려 답변하는 소신파도 없지않았다. ○…의원들의 질의시간동안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지만 정부측 답변만 진행되면 아주 맥빠진 분위기로 바뀌는 비생산적인 국감의 전형적인 유형은 도처에서 매일 반복되고 있다.그래서 의원들 사이에서는『이러려면 차라리 안하는게 낫다』는 自嘲와 한탄이 자연스레 터져나오기도 한다.
4일 재무위의 재무부 감사에서 與野의원들은 실명제이후 경제상황에 대해 다각도로 매우 밀도있게 따졌다.의원들은 각종 통계자료나 여론조사 결과를 제시하면서 경제難에 큰 우려를 표명했다.
그러나 洪在馨재무장관의 답변은 아주 간단했다.그는『실명제후 큰 부작용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말만 되풀이해 與黨의원들까지도 얼굴을 찡그렸다.洪장관은 실명제 직후 열린 국회재무위에서도『보완책은 필요없을 것으로 본다』『화폐퇴장 문제 는 아예 생각해 보지도 않은만큼 특별한 대책마련 계획도 없다』고 일관했다.그러나 洪장관은 얼마안가 1,2차 보완책을 발표한 바 있다.
5,6일 재무위의 한국은행 감사에서 金明浩 韓銀총재는 통화증발과 물가불안에 대해『돈이 도는 속도가 크게 떨어졌으므로 물가가 당장 오를 것이라고는 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의원들은『경제장관들의 靑瓦臺보고에서도 물가에 대한 연말 목표 치를 5%에서 5.4%로 수정했는데 염려가 없다는 거냐』고 줄기차게 추궁했으나 金총재는 같은 답변서만 끈질기게 읽었다.
6일 법사위의 법무부 감사에서는 金斗喜장관이 金槿泰씨 고문경관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내렸던 검사의 처벌을 요구한 民主黨 姜秀淋의원의 질문에『대법원의 확정판결이 나면 불법.부당한 점을가려보겠다』고 의례적인 답변을 해 民主黨의원의 퇴장소동을 빚었다. ○…정부측은 대통령과 장관간 또는 부처간에 서로 엇갈리는답변을 해서 향후 정책 및 방침의 모호성.불확실성을 더욱 높인경우도 있었다.
8일 행정위에서 崔昌潤 총무처장관은 金泳三대통령이 5일 경향신문과의 회견에서『정부조직 개편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음에도『내년 4월말까지 운영될 예정인 행정쇄신위의 종합보고서를 토대로 조직개편을 포함한 法제도 개선을 추진할 방침』이 라고 말했다.그러나 이에 앞서 5일행정위의 국무총리실 감사에서 金時衡행조실장은 의원들의 조직개편문제에 대한 추궁에『행정쇄신위에 조직개편반이 있으나 외국사례등참고사항을 수집하는 단계이며 그 외의 다른 작업은 없었다』며 다소 부정적 인 냄새를 풍겼다.
8일 교체위 감사에서 尹東潤체신부장관은『위성방송은 당초 계획대로 추진될 것』이라고 말했다.이는 지난 2일 吳隣煥공보처장관이『위성방송을 계획대로 추진하기는 현실 여건상 어렵다』고 밝힌것과 정반대 답변이다.尹장관은 또『공보처에서 언 론이 잘못 전달했다고 해명해 왔다』고 덧붙였는데 이는 吳장관이 3일『위성방송 연기는 靑瓦臺에서 재가받은 사항이며 尹장관도 알고 있을 것』이라고 신경전을 편데 대한 역공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일부 장관들은 소관정책을 분명하고 자세하게 전달하고 과거의 문제를 얼버무리지 않으며 향후 정책방향을 명쾌하게 밝히는 소신답변을 하기도 했다.
8일 경과위 감사에서 金始中과기처장관이 非核化선언의 수정이 필요하다고 말한 것은 정부측 답변으로는 좀체 듣기 어려운 소신답변이었다는 평이다.그는 또『6共의 비핵화선언 준비과정에서 주무부처인 과기처가 협의대상이 된 적이 없다』고 과 거의 무능을솔직히 시인해 이번 국감에서 가장「딱 부러진」답변을 한 장관으로 평가받았다.
***당당히 맞서기도 한때 원론적인 답변으로 民主黨의원들에게혼난 金斗喜법무장관은 金大中씨 납치사건 진상조사에 착수하라는 民主黨의원들의 성화에 대해서는『공소시효가 지난 사건이므로 진상규명만을 목적으로 한 수사착수는 어렵다』고 끝까지 맞섰다.
〈李相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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