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연다] 흑자 원년 준비 한국델파이 지기철 대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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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회사를 탄탄한 반석 위에 올려 놓을 겁니다."

대구시 달성군 논공읍 북리 한국델파이㈜의 지기철(59)대표 얼굴에 굳은 의지가 묻어났다.

조그마한 체구지만 짧게 깍은 머리와 표정에서 힘이 느껴진다.

그는 사무실에서 운동화 끈을 동여매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옷은 늘 회색 작업복이다. 그리곤 현장을 돈다. 그는 직원을 격려하느라 언제나 '현장 출장중'이다.

새해를 맞은 그의 각오는 남다르다. 3년 연속 적자의 수렁에서 벗어나 올해를 '도약의 해'로 설정했기 때문이다.

한국델파이는 오는 3월 결산에서 6천2백억원 매출에 2백억원 가까운 흑자를 낼 것으로 예상한다.

종합 자동차부품업체인 한국델파이의 고통은 3년전 시작됐다.

2000년 11월 모기업인 대우그룹의 부도와 해체는 이 업체를 회생불능으로 만들었다. 대우자동차에 납품했던 부품대금 2천3백여억원을 고스란히 떼여서다.

"이 정도의 부도를 맞았으면 어느 업체도 견디기 어려웠을 겁니다."

당시 부사장이었던 지대표는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나서 직원 5백여명을 감축했다. 직원과 함께 6개월간 급여를 반납한 적도 있었다. 완성차업계의 불황까지 겹치면서 휴업도 이어졌다.

2002년 10월 대표이사에 취임한 그는 원가절감.불량률줄이기 등 '뼈를 깍는' 구조조정을 계속했다. 그 결과 매년 1천억원 가까운 빚을 정리했다.

"올해는 사원교육에 주력할 작정입니다.

사람의 목숨이 걸린 기기인 만큼 불량률을 없애는 일에도 온 힘을 쏟을 겁니다."

지대표는 "올 한해 내실을 다져 다시는 흔들리지 않는 기업으로 만들겠다"고 다짐한다.

이를 보여주듯 올해 일본 도요타자동차에 납품을 시작한다.

한국델파이는 미국 GM의 자회사인 델파이를 통해 미국 자동차시장에 납품하고 있지만 그 의미는 크다고 말한다. 까다롭기로 소문난 도요타에 납품하는 것은 기술.품질에서 인정받았다는 증거라는 것이다.

인천 출신으로 제물포고와 서울대(기계공학과)를 졸업한 그는 대우그룹에서 일하다 1984년 이 곳으로 와 현재의 공장을 세우는 일을 맡았다.

그리고 만20년간 이 회사를 지켜왔다.

"회사를 잘 키워 이 지역의 많은 젊은이에게 일자리를 주어야지요."

홍권삼 기자

***자동차부품업체로 대우·GM등에 납품

◆한국델파이=1984년 대우와 GM이 합작해 대우자동차부품㈜으로 출범했다. 이후 89년 대우기전공업㈜으로 명칭을 바꿨다가 GM의 출자사인 델파이로 주주가 바뀌면서 2000년 1월 한국델파이㈜가 됐다.

대우자동차.대우정밀 등 5개업체가 지분의 50%를, 델파이사가 50%를 보유하고 있다.

종업원 1천8백40명(대구 1천5백명)에 자동차용 컴퓨터장치와 전기장치.에어컨.조향장치 등 다양한 자동차부품을 생산해 대우자동차와 GM 등에 납품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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