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을알자암을쫓자>26.대장.직장.폐.유방암 급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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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암에도 등급이 있다.위암.간암.자궁암같이 가난한 사람에게 많은 후진국형암이 있는가하면 폐암.유방암.대장암.직장암처럼 잘사는 사람에게 더 흔한 선진국형암도 있는 것이다.
그런데 미국이 폐암.유방암같은 선진국형암이 가장 많은데 비해우리나라는 공교롭게 아직도 남자에게선 위암과 간암,여자에게선 자궁경부암과 위암같은 후진국형암이 각각 1,2위를 다투고있다.
〈표참조〉 국민소득 1만달러를 내다보는 우리나라에 얼핏 어울리지 않을듯한 이런 현상은 암이 결코 하루아침에 생기는 것이 아니라 수십년간 잘못된 생활환경이 쌓여 비로소 생긴다는 특성을감안할때 충분히 이해할만하다는 것.
즉 과거 20여년전의 가난하고 어려웠던 시절부터 누적돼온 그릇된 생활습관이 오늘날 후진국형암의 양산이라는 불명예스런 결과를 낳게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암에 있어서만은 오히려 후진국형이 선진국형보다 좀더 낫다는 것이 의사들의 얘기다.
우리나라 남자암환자 4명중 1명이상꼴로 걸리는 위암은 그나마위내시경등을 통한 조기진단이 가능해 조기위암의 경우 수술만하면95%이상의 완치율을 보인다.
반면 미국에서 남녀 모두 1위인 폐암은 이미 美국립보건원이 치료에 도움을 주는 어떤 효과적인 조기치료법도 없다고 선언한 바 있어 현재로선 일찍 발견해도 별 뚜렷한 대책이 없는 상태라는 것. 문제는 우리나라에서 많은 후진국형 암발생패턴이 치료가어려운 선진국형으로 급속히 변해가고 있다는 점이다.
延世大 金馹舜교수(예방의학)는『폐암이 장래 우리나라에서 가장많은 암이 되는 것은 거의 확실하다』며 암발생의 서구화현상을 지적했다.
서울大의대 柳槿永교수(예방의학)도『지난 10년동안 폐암은 다섯배,유방암은 두배가량 증가했으며 대장.직장암도 이미 남녀 모두에서 4위를 차지하고있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후진국형 위암이 이제껏 우리나라의 대표적 암으로 떠오른 것은소금때문이라는 것이 많은 학자들의 지적이다.
즉 짜게 먹는 것이 반찬의 양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소금은 먹을 것이 궁했던 시절에 통했던 식습관이요,가난의 상징이라는 것. 미국 역시 살기 어려웠던 지난 30년대엔 위암이 전체암의 1위였다는 것.하와이나 로스앤젤레스에 이민가 싱거운 서양음식에 익숙한 일본인 2세들이 그들 부모세대와 달리 위암발생률이 현저히 낮으며 냉장고 보급률 확대가 소금에 절인 생선 섭취를 줄여 위암발생을 감소시킨다는 사실은 소금이 위암에 미치는 영향을 잘 설명해준다.
대장.직장암과 같은 下部소화관암이 선진국에 많은 이유는 육류섭취증가와 섬유질 섭취감소라는 두가지 이유때문이다.
섬유질은 야채나 과일에 많이 함유된 것으로 많이 섭취하면 上部위장관인 위장에선 소화에 장애를 주나 대장이나 직장에선 대변의 배출을 원활하게해 대변에 포함된 각종 발암물질과 대장벽과의접촉을 방지하므로 암예방효과를 지닌다는 것.
이제까지 섬유질이 많은 김치를 주식으로하는 우리나라사람에게 위암이 많았던 반면 대장.직장암은 적었던 것도 바로 이런 이유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전통적 식습관이 햄버거처럼 점차 싱겁고 육류와각종 동물성 지방이 많이 든 서양음식쪽으로 옮겨감에 따라 위암발생률은 떨어지고 대장.직장암 발생률은 증가하게된 것이다.
우리나라 여성에게서의 유방암증가도 이러한 식생활변화와 밀접하다.잘살게 되면서 지방질을 많이 먹게 되고 발육상태가 좋아지면서 초경은 빨라지고 폐경은 늦어지게되며 최근 서구식 독신주의와만혼경향까지 유행해 유방암 주요 유발인자인 여성 호르몬이 여성체내에서 보다 오랜 기간동안 분비된다는 것이다.
식생활의 변화외에도 우리나라암의 서구화와 관련된 또 다른 중요한 요인들로는 위생의 개선과 흡연인구의 증가를 꼽을 수 있다. 불결한 위생이나 성관계로 인한 바이러스의 감염이 간암이나 자궁경부암과 관련돼 있으며 흡연자가 비흡연자에 비해 10배이상의 폐암발생을 나타내므로 후진국형 간암.자궁경부암은 줄고 선진국형 폐암은 늘고있는 것이다.
金교수는『우리나라암의 선진국화는 결코 바람직한 일이 못된다』며『기존 선진국들의 시행착오를 교훈삼아▲섬유질을 많이 먹고▲특히 여성과 청소년층에서의 금연과▲지방섭취를 줄여 대장암.직장암.폐암.유방암등 늘어만가는 선진국형암 발생증가를 억제하는 한편▲싱겁게 먹고▲청결한 위생을 유지해 위암.자궁경부암.간암같은 후진국형암 발생은 지금보다 더욱 줄여야한다』고 강조했다.
〈洪慧杰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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