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 중단으로 실질 감원/일 기업 불황극복 어떻게 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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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3대 자동차 겨울보너스 삭감/인건비줄이려 2∼3일 「귀휴」도
19년만의 마이너스 성장 또는 제로 성장의 불황속에서 일본 기업들이 유례없던 비상대책까지 써가며 난국극복에 몸부림치고 있다.
종신고용의 전통을 버리고 인원감축에 나서는가 하면 노사협약에서 확정된 종업원의 보너스까지 깎자고 나서고 있다. 인건비 절약을 위해 종업원들에게 강제로 며칠씩 놀게 하는 이른바 「귀휴」 조치도 쓰고있다. 기업들의 설비투자는 2년연속 전년도 실적을 밑돌고 있다.
도요타(풍전)·닛산(일산)·마쓰다(송전) 자동차 등 일본의 3대 자동차는 6일 올 겨울 보너스를 당초 노사임금 협상에서 합의한 액수보다 줄이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도요타와 닛산이 노사협상때 정했던 보너스를 줄이겠다고 나선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마쓰다는 내년 3월 결산때 경상적자가 날 전망이며 주식시장 상장 이후 처음으로 무배당이란 조치를 취할 정도로 어려운 상황이다.
일본기업들은 과거 거품경제시절 과도하게 사람을 뽑아 모두 실제 필요보다 인원이 많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종신고용이란 사회적 관습과 전통때문에 미국처럼 불필요한 인원을 즉각 해고하지는 못하고 채용중단 등으로 실질적인 감원에 나서고 있다. 세계 최대 철강회사인 신일본제철은 1만여명의 사무·영업직 가운데 3천명을 앞으로 3년간 삭감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삭감방법은 채용억제와 전직 및 명예퇴직 유도 등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엔고에 따른 경영악화 때문이다.
일본 전신전화(NTT)는 지난 4일 관리직을 대상으로 명예퇴직자 신청을 받기 시작했다. 대상은 45세이상의 과장급으로 명예퇴직에 응할 경우 1년치 또는 9개월치의 급여를 퇴직금으로 얹어주기로 했다. NTT는 현재 23만명인 사원을 96년까지 20만명으로 줄인다는 계획이며 이중 관리직 삭감인원 목표는 6천명이다.
히타치(일입) 제작소는 지난 4일 동경 공장 등 2개공장의 종업원에 대해 월 2∼3일씩 회사에 나오지 않는 귀휴를 실시키로 했다.
한편 제조업의 올해 설비투자액은 지난 9월 현재 전년도 동기보다 마이너스 2.3∼4.6%인 것으로 장기신용은행 등 4개 은행 조사결과 밝혀졌다.
2년 연속된 이같은 설비투자 부진은 앞으로도 상당기간 일본 경제가 불황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것을 말해줘 불황의 심각성을 보여주고 있다.<동경=이석구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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