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이전, 단국대 '대박' 학생 '쪽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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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국대학교가 서울 캠퍼스를 용인으로 이전하면서 2000여억원에 이르는 매각차익을 거뒀음에도 불구, 기숙사 등 학생들을 위한 시설은 제대로 마련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학생들은 용인 죽전지역에 방을 얻기 위해 강남보다 더 비싼 월셋값을 지불하거나 통학을 위해 하루 3시간 정도를 길거리에서 허비해야 한다.

학교 이전에 따른 부동산값 상승으로 대학측과 주변 지역은 엄청난 이익을 챙긴 반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용인으로 통학해야 하는 학생들은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이다.

13일 단국대에 따르면 학교측은 오는 16일까지 학교 이전 공사를 마무리짓고 다음달부터 죽전 캠퍼스에서 새 학기를 시작할 계획이지만 기숙사는 4층짜리 한개동만 지었다.

학생수가 1만여명이 넘는데도, 500여명만 기숙사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단국대가 한남동 캠퍼스 부지를 금호건설 컨소시엄에 매각한 금액은 3300여억원. 반면 죽전 캠퍼스 부지는 지난 94년 500여억원에 매입, 건물 공사비를 감안하더라도 매각 차익은 2000여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게다가 죽전지역 땅값이 상승한 것을 감안하면 학교측은 3000억원 이상의 수익을 거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단국대측은 이전에 따른 구체적인 매각차익 등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

캠퍼스 이전으로 학교측이 이처럼 막대한 이익을 거둔 반면 학생들은 기숙사 시설 부족 등으로 엄청난 피해를 보고 있다. 학교 주변 20㎡~30㎡(7~10평)의 원룸 임대가격이 '보증금 1000만원에 월70만원'으로 급등했기 때문.

현재 단국대 죽전 캠퍼스 학생들의 출신지역 비율은 수도권과 지방이 7대3 정도. 약 3000여명이 지방 학생이다. 죽전지역의 방세 급등으로 상당수의 지방 학생들은 개강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도, 서울서 1시간이상 버스로 통학할지, 학교 인근에 방을 얻을지 고민하고 있다.

학생들이 통학을 한다고 해도 교통비도 부담이다. 현재 서울서 분당을 거쳐 죽전 인근까지 운행하는 광역버스의 승차료는 1700원(교통카드 기준)이다. 교통비 역시 학교 이전으로 두배가량 증가한 셈이다.

이 때문에 학교 홈페이지에는 학교의 이전 대책을 비판하는 글들이 쏟아지고 있다.

단국대 김 모군은 "지방에 살고 있어 기숙사에 지원했는데 워낙 조금 뽑는 관계로 떨어졌다"며 "방을 구하려고 해도 월세가 너무 비싸 엄두를 못내고 있다"고 말했다.

지방 출신인 이 학교 4학년 박 모군은 "학교가 서울에서 다른 지역으로 이전을 결정했다면 전원 기숙사 생활을 할 수 있게 하는 등의 현실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학교가 이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인근 건물주들이 학생을 상대로 돈장사를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단국대 관계자는 "서울에서도 대중교통으로 웬만한 거리를 이동하거나 통학할때 보통 1시간은 걸린다"며 "학교 앞에 지하철 8호선 죽전역이 개통되는 올 12월 이후부터는 통학하는 학생들의 불편이 다소 완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내년과 후년에 기숙사를 추가로 세울 계획이다"고 덧붙였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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