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유엔외교/핵문제로 “좌초”/가입 2주… 무엇을 얻었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대미관계 물꼬… 수교국 확대엔 성과/비동맹권 온건화… 「사찰」처리로 위축
북한이 국제평화기구인 유엔에 가입한지 두돌을 맞는다.
북한은 91년 5월 외교부대변인 성명을 통해 유엔가입결정을 전격 발표한후 그해 9월17일 남한과 동시에 정식으로 가입했었다.
북한은 유엔가입을 계기로 유엔대표부를 대서방 관계개선의 창구로,유엔을 자신들의 주장에 대한 선전무대로 삼아 나름대로 적극적인 활동을 벌여왔다. 이같은 노력은 그러나 수교국가의 확대,미국과의 대화통로 개척 등 성과를 얻기도 했지만 핵개발의혹이 걸림돌로 작용하면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북한은 유엔직속기구인 경제사회이사회·유엔개발계획 등과 전문기구인 유네스코·세계보건기구 등의 회원국으로 활동중이다.
그러나 유엔기구를 통한 위상제고는 2년동안 이렇다할 주목을 끌지 못했다. 이 때문에 북한은 작년 경제사회이사회 이사국에 후보로 나섰지만 당선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아래 표결을 앞두고 사퇴하기도 했다.
유엔총회 활동도 미미한 수준을 맴돌았다.
외무부 하찬호 국제연합 2과장은 『북한은 유엔가입이후 연형묵총리의 총회연설을 비롯,의제별 발언은 평균 5회에 그쳤고,정치·군축 문제를 다루는 제1위원회에만 관심을 보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은 유엔무대에서 서방권과의 수교,특히 대미관계 개선에 큰 힘을 쏟아왔고 상당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유엔가입해인 91년 46차 유엔총회 참석한 김영남 외교부장은 시거 전 미 국무차관보 등과 일련의 접촉을 갖고 김용순 당국제부장과 캔터 미 국무차관간의 첫 북한­미 고위급회담의 터를 닦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관계당국자는 『유엔대표부 박길연대표 등은 유엔활동보다는 그레그,릴리 전 주한대사 등 한국정책에 영향력이 있는 미국인사와 접촉하는데 주력하고 있고 유엔활동은 주로 본국에서 파견되는 외교부인사와 참사관이 담당한다』고 말했다.
북한은 이와함께 유엔을 통한 수교활동에도 큰 힘을 쏟아 성과를 얻었다. 북한이 92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새로 대사급 외교관계를 맺은 나라는 카타르 등 모두 17개국으로 수교국가 수를 1백28개국으로 늘렸다.
그러나 이같은 유엔을 무대로한 대외 외교도 핵문제가 제기된후 크게 위축되고 있어 올 48차 총회에서의 활동이 주목된다.
외교안보연구원 김국진 연구실장은 『북한의 유엔외교는 핵문제가 국제문제화된데다 인도 등 비동맹권이 온건화하면서 다시 위축되고 있다』면서 『유엔회원국이된 이후 핵문제로 인해 오히려 국제적인 압력을 받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오영환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