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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S, 安風돈 묻자 "저리 가라니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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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군사정권 땐 언론이 나의 단식 사건도 제대로 못 썼는데 이젠 마구잡이로 써서 큰일이야."

김영삼(YS)전 대통령이 14일 낮 서울 YMCA 회관에서 열린 민주동지회 신년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강삼재 의원에 대한 YS의 9백억원 전달' 보도에 대해 불만이 많은 듯했다. 이 기사가 나간 뒤 YS 측은 "개의치 않는다"고 태연한 척했지만 정작 YS는 그렇지 않은 모양이었다.

YS는 안풍(安風)자금 문제와 관련된 기자들의 질문에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오늘 아무 얘기 안 할 거다, 절대 안 한다면 난 안 한다, 일절 안 한다"며 쐐기를 박았다. '돈을 준 게 아닌가'라는 질문이 거듭되자 YS는 "저리 가라니까"라며 기자를 슬쩍 밀치기도 했다. 웃음은 띠었지만 신경질적인 반응이었다.

언론을 의식한 듯한 YS의 태도는 이날 오전에도 드러났다. YS는 이날도 평소처럼 배드민턴을 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그러나 언론에 노출되지 않기 위해 평소 도보로 이동하던 길을 승용차로 갔다. 배드민턴장 주변에도 특별히 전경과 경호원들을 배치시켜 언론의 접근을 막았다. 운동이 끝난 뒤에는 기자들을 따돌리고 '쪽문'을 이용해 배드민턴장을 빠져 나와 승용차편으로 귀가했다.

YS 측은 이날 한나라당 지도부가 "안풍자금은 YS 대선 잔금"이라고 주장한 것에 대해 경고했다. YS의 대변인격인 박종웅 의원은 "이런 식으로 한나라당이 'YS 털고가기'를 한다면 YS를 지지하는 PK(부산.경남) 사람들이 잘한다고 하겠느냐"며 "오히려 역풍을 맞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는 기자들에게 "YS의 돈이라는 게 밝혀지면 모든 책임은 YS가 져야 한다. 갚는 것도 YS의 몫이며 한나라당과는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이가영 기자<ideal@joongang.co.kr>
사진=박종근 기자 <joke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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