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값 얼마 올랐나” 문의쇄도/그린벨트 규제완화 주민반응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0면

◎무허음식점 “숨통 틔었다”환호/60평 증·개축 원주민엔 “그림의 떡”/땅투기 재연·자연훼손 부작용 우려
건설부의 그린벨트 개선방안이 발표된 27일 그린벨트로 묶인 전국 대도시 주변주민들은 숨통이 트였다는데 일단 환영하면서도 자연훼손·토지투기가 다시 일지않을까 우려하는 반응을 보였다.
오랫동안 그린벨트에 묶여 재산권을 행사하지 못했던 원주민들을 부분적으로나마 그린벨트 해제가 이뤄지지 않은데 불만을 표시했고,무허가로 불법영업을 해왔던 음식점들은 일제히 환호했다.
특히 대부분 농민들은 원주민들은 60평까지 증·개축 허용,주유소·식당·주차장 등 생활편의시설 허용 등이 돈많은 이주민들에게는 혜택을 줄지 몰라도 자신들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라는 반응들이었다.
○이젠 떳떳이 영업
전국 취재망을 통해 정부의 그린벨트완화에 대한 반응을 들어본다.
◇반응=그린벨트내 5년이상 거주자에게 음식점을 허용한다는 정부발표가 나오자 대부분 이에 해당하는 경기도 고양시 행주산성일대 31개 무허가 음식점 업주들은 일제히 환호했다.
지난 86년부터 장어구이·송어회 등을 취급하는 무허가 음식점을 운영해왔던 S가든 김경순씨(34·고양시 행주외동)는 『그동안 매년 2∼3차례의 단속에 적발돼 연간 7백만∼8백만원의 벌금을 물어왔다』며 『지난해 10월이후부터 간판도 내걸지 못하고 숨어서 장사를 해왔으나 이제부터 떳떳이 영업을 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서울과 인접한데다 분당 신도시와 가까운 위치인 경기도 용인군 수지면 일대에 있는 부동산 중개업자들은 땅값이 7∼10배 오를 것으로 조심스럽게 점치면서 속으로 환영하는 눈치.
P부동산의 김모씨는 『정부발표가 있지마자 땅값이 얼마나 올라갔느냐는 문의 전화가 걸려오고있다』면서 『아직 매입문의는 없지만 정부의 후속조치가 나오면 매기가 활발히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근본해결엔 미흡
이같은 긍정적인 반응이 있는가 하면 대부분의 원주민들은 정부의 개선방안이 주민들의 생활불편을 해소해주는 의미는 있으나 22년 누적돼온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는 미흡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강원도 춘천의 그린벨트 철폐추진위원회 김천주위원장(65)는 『잘못 지정된 그린벨트지역을 해제 또는 조정했어야 했는데 규제완화만으로는 별 의미가 없다』고 지적하고 『농민에게 60평주택이 무슨 필요가 있으며 더욱이 원주민과 이주민을 차별 적용하는 것은 원주민이 땅을 매각하는데 어려움만 주게됐다』고 주장했다.
전북 전주·김제지역 주민들은 이 지역에 땅을 구입한 외지인들에게만 유리하게 됐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전북 김제군 이서면 장인구씨(58·농업)는 『조상대대로 물려준 논·밭 1천여평을 농사지어 얻은 연 6백여만원의 소득으로는 생활이 안돼 땅을 팔아 농기계 수리소를 하고 싶으나 땅을 팔수도 없을 뿐더러 그 돈으로는 엄두도 못내고 있다』며 『오히려 외지인들이 주택을 증개축하는 혜택만 줄뿐』이라고 말했다.
○주택신축 허용을
◇문제점=대부분이 그린벨트로 묶인 부산시 강서구 주민들은 기존 취락지를 모두 그린벨트로 잘못 묶은만큼 취락지에 대한 개발제한은 당연히 해제해야되며 해제가 어려우면 주택 신축이라도 허용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 개선방안이 그린벨트내 기존건물을 병원·학원시설 등 주민편의시설로 용도변경할 수 있도록 했으나 강서구의 경우 이들시설로 활용할 수 있을 정도의 건물이 없어 사실상 주민 편의시설 확충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것.
강서 지역발전 협의회 허성대위원장(65)은 『정부가 강서구의 기존 취악지를 그린벨트로 지정한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인정하면서도 기존 취악지의 주택신축을 허용하지 않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번 규제완화 조치는 원주민들이 그동안의 극심한 재산권제약으로 대부분 영세하다는 실정을 감안치 않은 것으로 사실상 큰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지적들이다.
주유소와 간이휴게소의 경우 원주민에게만 허용하고 있는데 토지 소유자가 경제력이 없을 때는 현재처럼 토지이용을 전혀 못한다는 것.
이밖에 용도변경 허용기준을 내부적으로 정하지 않아 지방자치단체에서 용도변경허가 검토시 민원인과의 마찰이 우려되고 60평 증축 등 농촌실정에 맞지않는 문제점들이 지적됐다.
◇토지투기 및 자연훼손=이번 개선방안의 가장 큰 문제점은 부동산 투기가 다시 일고 자연이 크게 훼손될 것이라는 우려다.
지금까지 그린벨트내 기존주택에 대한 투기조짐이 있어왔는데 40∼60평까지 증·개축이 허용되면 딱지거래 등 투기 및 불법거래가 성행할 것이라는게 공무원들의 한결같은 반응.
인천시의 한 공무원은 『투기꾼이나 졸부들이 그린벨트를 노려왔고 실제 그들이 곳곳에 많은 부동산을 확보해 놓은 것이 현실』이라며 『정부의 이번 조치가 또다른 부동산 투기를 자극하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불법거래 걱정
특히 외지인이라도 5년 이상 거주할 경우 40평까지 건축할 수 있고 기존주택을 병원·은행 등 공공시설로 전용할 수 있어 도시의 투기꾼들이 금융실명제 실시후 장기적 안목에서 그린벨트내의 논·밭·택지를 마구 사들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
또 원주민 또는 5년이상 거주자들이 토지용도변경후 팔아넘기는 수법을 쓸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자연훼손은 그린벨트 규제가 완화되면 자연 뒤따르는 문제점으로 공무원들은 이 점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지방종합>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