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할머니들 자원재활용 “앞장”/울산 일산아파트 경로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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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헌옷 모아 기름걸레 만들기… 수익금 불우이웃 돕기도
경북 울산시 동구 전하2동 일산아파트 경로당의 할아버지·할머니 50여명은 헌옷가지로 기름걸레를 만들어 용돈조달은 물론 불우이웃까지 돕고 있다.
이 때문에 이 경로당에서는 장기·바둑을 두거나 화투 치는 한가한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다.
이곳 할어버지들의 하루 일과는 쓰레기통에서 헌옷가지 등을 거두는 것으로 시작된다. 할머니들은 이를 찢어 기름걸레로 만들고 이를 인근 현대중공업에 팔아 짭짭한 소득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이 경로당에서 기름걸레를 만들기 시작한 것은 지난 89년 11월부터.
하루종일 우두커니 앉아 시간만 보내는 것이 아까워 무엇인가 보람있는 일을 해보자고 뜻을 모아 시작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
정기풍회장(70)은 『할머니·할아버지들이 경로당에서 하루종일 화투만 치는 등 말년을 쓸데없는 일로 허비하고 있기도 하고 점심식사비용을 스스로 마련할 수 있는 길은 없을까 궁리하다 헌옷가지를 재활용하기로 한 것』이라면서 『자식들로부터 손을 내밀지 않아 그렇게 편할 수가 없다』고 밝혔다.
이렇게 시작한 폐품재활용으로 지난해 2백7만원의 소득을 올렸고 올해는 이미 1백7만원 어치의 걸레를 팔았다.
이 수입으로 할아버지·할머니들은 선풍기·TV·냉장고·의자·장롱 등 경로당 비품을 모두 사들였고 경로당운영비와 점심식사비는 물론 적립금도 모아 불우이웃돕기까지 나서고 있다.
할아버지·할머니들의 폐품재활용이 알려지자 울산시내 통·반장들과 미화원들까지 나서 헌옷가지를 모아 이 경로당에 전달해 주는 등 훈훈한 이웃간의 상부상조정신도 싹트고 있다.
이같은 소문이 퍼지면서 전국에서 이 경로당을 방문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내무부직원 40여명이 이곳을 다녀간 것을 비롯,함안군청의 공무원들과 학생들도 할아버지·할머니들의 모범적인 생활을 직접 보기위해 이곳을 다녀갔다.
이 경로당은 지난 4월8일 보사부장관으로부터 모범경로당으로 표창받기도 했다.
윤성태 울산시 청소과장은 『한가하게 여생을 보내야할 노인들이 폐품재활용에 앞장서는 모습에서 건전하게 자리잡아가는 노인문화를 보는 것 같다』고 반가워했다.<울산=김상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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