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KPMG "탈세자문한 경영진 교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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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형 회계법인 KPMG가 고객들에게 '탈세자문'서비스를 제공한 혐의로 미 국세청(IRS)의 조사를 받고 있는 현 경영진을 교체하기로 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14일 보도했다.

KPMG측은 전날 "국세청이 조사중인 이 문제를 빨리 해결하기 위해 제프리 스타인(49) 부회장 등 고위임원 세 명을 이달말께 교체키로 했다"고 밝혔다.

국세청은 현재 KPMG의 탈세 자문 행위에 대해 벌금을 물릴 지 여부를 검토중이라고 이 신문은 전했다.

미 회계법인 4위인 KPMG는 지난 2002년 9월 30일로 종료된 회계년도의 매출 34억달러중 12억달러(약1조4천억원)를 이른바 '절세'자문서비스로 벌어들였다. 당시 KPMG의 고객에는 시티그룹, GE, 마이크로소프트 등 굵직한 대기업들이 다수 포함돼 있었다.

미 상원 조사 소위원회는 지난해 11월 청문회에서 KPMG가 1997년 가을부터 고객 회사들에 면세배당금을 받을 수 있는 투자펀드를 만드는 등의 조세피난 수단을 제공해왔다고 밝혔다.

물러나는 스타인 부회장은 KPMG가 이같은 조세회피 상품을 대대적으로 판촉할 당시 세금부문 팀장을 맡았던 인물이다. 그는 KPMG내부의 조세 전문가들조차 문제를 지적하며 반대한 탈세 상품을 판촉할 것을 주장한 것으로 상원 조사에서 드러났다.

칼 레빈 상원 조사소위원장은 "상원 조사가 KPMG 내부의 세금업무와 관련된 '기만의 문화'를 폭로해냈다"며 "KPMG가 진정한 개혁을 하고자 한다면 이런 조직문화부터 바꾸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언스트 & 영 등 다른 회계법인들도 지난해 같은 혐의로 각각 1천만달러 이상의 벌금을 내고 국세청 조사에 협력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정효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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