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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의세기아시아신질서>2.떠오르는 신태평양공동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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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해리 하딩은 1946년 보스턴에서 출생,67년 프린스턴大 공공정책및 국제문제 과정을 졸업했으며,74년 스탠퍼드大에서 국제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71년부터 스탠퍼드大등에서 교수로 재직하다 83년 브루킹스연구소로 자리를 옮겨 현재 외교정책연구프로그램 선임연구원으로 재직중이다.
그는 지난해 출간한 『불안한 관계;1972년이래의 美-中國』등 다수의 중국정치 관련 저서를 발표한 바 있으며 지난 9개월동안 세차례에 걸쳐 訪韓하는등 한국문제에도 깊은 관심을 보이고있다. 1 테오 좀머(獨逸 디 차이트 발행인) -변화하는 世界12가지의 變數 2 해리 하딩(美 브루킹스硏 선임연구원) -新태평양 공동체와 아시아안보 3 이노구치 다카시(猪口 孝.東京大교수) -21세기의 東아시아 4 위앤 바오화 (袁寶華.中國기업가협회 회장) -중국 경제개혁의 문제들 빌 클린턴 행정부는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의「新태평양공동체」건설에 기여하겠다고 말해왔다.新태평양공동체라는 말은 지난 3월말 윈스턴 로드 美국무부 東아시아-태평양담당차관보가 上院 인준청문회에서 처음으로 쓴 용어다.그뒤 이 용어는 지난 7월초 클린턴대통령의 韓國국회연설,같은달말 싱가포르에서 열린 동남아시아국가연합 확대외무장관회담(ASEAN-PMC)에서의 워런 크리스토퍼 美국무장관 발언등 클린턴행정부의 아시아정책 관련 발언에서 단골로 등장했다.
新태평양공동체의 개념은 크게 보아 흔히 들어온 말들을 다시 정리한 것이다.클린턴대통령과 크리스토퍼장관의 발언에서 이 용어는 東아시아에서 번영과 안보,그리고 민주화의 진척이라는 뜻으로쓰였다. 그러나 안보에 관한한 클린턴행정부가 제시한 新태평양공동체에는 분명 새로운 내용이 포함돼 있다.먼저 美정부는 아시아-태평양지역의 집단안보개념을 염두에 두고 있다.
집단안보는 현존하는 분쟁의 해결,재래식및 核무기확산 제한,무력행사 또는 그 위협을 가져올 수 있는 잠재적 분쟁의 예방을 위해 국제사회 구성원들이 공동노력하는 것을 의미한다.클린턴행정부는 이같은 접근을 美軍의 전진배치및 동맹국과의 튼튼한 네트워크 유지등과 함께 西태평양지역 전체 전략의 주요한 일부로 보고있다. 집단안보에 대한 클린턴행정부의 관심은 이 개념을 輕視한두 前행정부와 확연히 다르다.레이건행정부의 입장은 蘇聯이라는 전략적 敵이 아시아에서 먼저 다자간 안보회담을 제안했다는 사실로부터 형성된 것이다.레이건행정부는 이런 제안을 받아 들이면 그 다음 논의는 해군무기 통제,非핵지역등에 대한 크렘린의 의중에 좌우돼 소련및 그 동맹국들을 이롭게 할 것이라고 우려했으며실제로 그런 면도 있었다.
고르바초프하의 소련 외교정책이 온건해지고 이후 옐친이 지배하는 민주적 러시아연방이 등장하면서 사정이 상당히 달라졌다.그러나 부시행정부는 또다른 이유로 집단안보 개념에 대한 반대입장을견지했다.즉 다자간 안보회담은 미국을 중심으로 형성된 2국간 군사동맹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부시행정부는 집단안보가 미국동맹체제로는 할 수 없는 아시아-태평양지역 안정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을 알지 못했다.
당시 한 미국관리가 말했듯이 집단안보 협정은『문제점을 찾아내는열쇠』다.
집단안보 협정에 대한 클린턴행정부의 열성은 다양한 요인을 고려한 것이다.우선 워싱턴은 다자간 회담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문제들을 새로 인식하게 됐다.이중 가장 중요한 것은 미국과 러시아의 이지역 군배치 감축으로 야기된 불확실성과 상호불신이 상승작용,이지역에 군비경쟁 위험이 가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또 환경보호.자원이용에서부터 국제마약거래.해적행위.밀수.테러리즘에 이르기까지 종래에 없었던 안보문제가 야기되고 있다.전부는 아니라고 할지라도 이중 대부분이 독단적인 행동보다 국제협력을 통해 더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이에 더해 클린턴행정부는 부시행정부가 이해하지 못한 것,즉 안보협력기구간이나 전통적인 안보협약간의 대립이 없었다는 점을 이해하고 있다.다자간 안보회담을 한다고 해서 韓國.日本 기타 미국의 우방들에 대한 미국의 안보공약에 차질이 올 것은 없다 .
그렇다고 이것이 美軍의 동아시아 계속 주둔을 예고하는 것도 아니다.오히려 클린턴대통령이 서울에서 언급했듯 전진배치.군사적동맹.안보회담등이 서로를 보강할 수 있다.다시 말해『방패를 함께 겹으로 쌓듯 개별적인 방어가 총체적 공동안보 이익에 함께 기여한다』는 것이다.
클린턴행정부의 집단안보에 대한 열정은 또한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다자간 안보회담의 성사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는 것을의미한다.
***成事가능성 커져 80년대 중반의 첫 시도는 무기제한과 감축방안을 협의하기 위한 공식 기구가 하나로 통일된「유럽안보협력회의(CSCE)」를 지나치게 모방한 것이었다.그같은 접근은 아시아처럼 복잡한 구도에는 걸맞지 않았다.반면 최근의 제안들은과거 방 식과는 대조적으로 참가자와 이슈가 각각 다른 복합적인회담을 염두에 두고 있다.이러한 새 개념은 틀에 얽매인 무기감축협정을 논의하는 것보다 야심적이지는 않을지 몰라도 투명도를 높이며 상호신뢰를 쌓는 보다 현실적인 案이다.
최근 아시아에서는 집단안보체제가 필요하다는 공통인식이 커지고있다.호주.러시아.캐나다.ASEAN.한국.일본.중국등은 차례로지역안보 문제에 대한 다자간 대화 취지에 공감했다.특히 ASEAN이 연례 각료급회의를 전후로 새로운 안보협 의 포럼을 만들자는 제안은 큰 돌파구다.부시행정부는 애초의 회의적인 시각에도불구하고 그같은 시도를 막을 수 없었으며 일단 92년 포럼이 출범한 이상 미국이 참석을 거부한 것도 이상했다.
이와같은 이유로 클린턴행정부는 향후 12개월동안 실현될 두가지 중요한 다자간 협의체 창설에 능동적이고 열성적으로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미국 대표들은 동남아시아의 안보를 중점적으로 다룰 것으로 예상되는 새 ASEAN 지역포럼에 깊숙 이 개입할 것이다.이에 더해 미국관리들은 지난해 가을 서울에서 11개 전략연구소가 모여 결성한 아시아-태평양안보협력위원회(CSCAP)에도 개인적인 능력범위내에서 참석할 것이 확실시된다.
***論議 본격화 시점 미국은 또한 東北아시아의 안보문제를 다룰 제3의 포럼 창설을 지지한바 있다.그리고 미국은 앞으로도계속 동남아시아.남중국해 분쟁등 지역분규 해결을 위한 다자간 노력에 참여할 것이다.
아시아지역에서 다자간 안보협의체 설립의 필요성에 대한 공동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이의 설립을 위한 논의를 본격화할 시점이다.아시아-태평양지역의 안보문제중 어떤 문제가 긴요하며 또 다자간 협력으로 풀기에 적합한 것인가.
혹자는 우선 보다 많은 국가들의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는 환경보호.밀수.불법이민등 종래에 다루지 않던 문제를 논의하자는 주장을 펴기도 한다.일부에서는 또 이미 진전을 보고 있는 지역관련 문제를 다루자고 제안하기도 한다.
이들의 제안은 모두 중요하다.특히 안보문제 회담에 익숙해지도록 할 수 있다는 점과 앞으로 분쟁거리가 발생할 때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바탕을 미리 마련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그러나개인적 판단으로는 이 지역 군비경쟁의 요인이 되 고있는 域內 국가들간의 불신,地政學的 경쟁,미해결 상태의 영토분쟁등 핵심적인 문제들에 우선적으로 관심이 집중돼야 한다고 본다.아직은 공식적인 무기통제 협상을 벌일 시기는 아니라고 하더라도 안보문제에 대해 모호한「의견교환」수준은 넘어 서야 한다.우리는 국가안보전략.국방예산.군배치등의 문제가 보다 개방화되도록 하는 방법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이에 더해 새로운 다자간 포럼은 核.화학무기.탄도미사일,그밖의 대량파괴무기의 확산을 규제하는 국제기구에 힘을 몰아줘야 한다.규정을 위반할 의사를 갖고 이러한 국제기구에 가입하기를 거부하거나 탈퇴하려는 국가에 대해서는 어떠한 조치가 취해져야 마땅한가.확산금지 규정의 특정 조항을 위반했을 때는 어떤 제재가적당한가.北韓의 核확산금지조약(NPT)탈퇴 위협과 미사일기술통제기구(MTCR)서명 거부,中國의 탄도미사일 기술의 파키스탄 수출등이 모두 이런 범주의 문제들이 다.
***군축협상은 일러 끝으로 동북아시아에서의 개별적인 안보회담 제안은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이런 포럼은 이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가장 위협이 되고 있는 한반도 상황을 주로 다루게될 가능성이 크다.그러나 이 회담은 러시아와 일본의 영토분쟁,소비예트 몽고연맹 붕괴이후의 몽고 안전보장문제,강대국들의 西北태평양 군사배치등의 문제도 고려해야한다.그러면 어떤 나라가 이회담에 포함되어야 하는가.남북한.중국.일본.러시아.미국이 우선참가대상이다.여기에 몽고.캐나다 또한 초청돼야 할 것이 다.전자는 안보문제가 논의의 대상이며,후자는 북대서양에서 상호안보협정의 가장 관심깊은 당사자로서다.
요컨대 클린턴행정부의「新태평양공동체」개념은 최근 미국의 어느정권보다 아시아-태평양 지역 안보협력에 열성적이다.앞으로 몇달동안 전례없는 다자간 안보회담이 열릴 예정이다.이러한 접근이 바람직하다는데 의견이 일치되고있는 지금이야말로 정치분석가들과 정부관리들이 이런 포럼이 다뤄야할 구체적인 안보문제,그리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효과적인 방안을 찾아내는데 힘을 기울여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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