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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강력한 미국선언 왜 나왔나-클린턴 정국타개 승부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워런 크리스토퍼 美국무장관의 컬럼비아大 연설은 국제정치에서 허약하다는 비판을 받고있는 빌 클린턴 행정부의 대외정책이 적극개입으로 선회할 것임을 천명한 것이다.
美國정부의 이같은 대외문제 적극개입 선언은 지난 13일 워싱턴에서 조인된 이스라엘-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간의 평화협정조인에 크게 고무된 것으로 보인다.특히 크리스토퍼장관이『아시아에서 核확산억지가 이뤄지지 않는등 미국의 안보가 위협받을 경우미국 국익 보호차원에서 강력 대처한다』고 구체적으로 언급한것은北韓의 핵개발 의혹및 韓半島의 군사적 위기 가능성,그리고 中國의 핵실험 계획등에 대한 미국의 단호한 입장을 천명한 것으로 韓國의 안보문제와 직결되는 부분 이다.
클린턴정부는 크리스토퍼장관의 외교기조 정의에 이어 이번 주내에 앤터니 레이크 백악관 안보보좌관이 존스 홉킨스大에서,매를린올브라이트 駐유엔 美대사가 국립전쟁대학에서,클린턴대통령이 유엔총회에서 각각 적극적인 대외정책을 재천명할 계획 이다.
클린턴정부가 이처럼 한주일동안 연거푸 대외정책을 강조하는 것에 대해「클린턴의 정세역전 게임」으로 보는 미국 시사전문가들의시각도 적지 않다.
클린턴대통령은 지금까지 국내문제에 너무 매달려 국제문제를 등한히 함으로써 상대적으로 국제정치에 허약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또 北美자유무역협정(NAFTA)과 퍼스트레이디 힐러리여사가 주도하는 의료개혁문제,그리고 앨 고어부통령의 정부 기구 개편안들이 생각보다 만만찮은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어 클린턴은 어떤방식으로든 정국타개의 묘수찾기가 절실한 입장이다.
클린턴대통령은 최근 조시 부시.지미 카터.제럴드 포드등 전직대통령을 동원,NAFTA 관련 지지여론 유도를 시도한데 이어 플로리다州에서 국민들과의 대화를 통해 의료개혁정책 지지확보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펼쳤으나 큰 성과가 없는 형편이 다.
미국의 저명칼럼니스트 윌리엄 새파이어는 20일 한 칼럼을 통해『당근만있고 회초리가 없다』며 클린턴의 대외정책을 비아냥거리기도 했다.클린턴은 이같은 이미지에 대한 개선이 없을 경우 국내문제,특히 개혁에 성공할 수 엊다는 판단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 크리스토퍼장관이 그의 연설에서『국제문제가 바로 국내문제』라고 강조하고 또 국내문제가 원만히 해결되지 않을 경우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국익이 보장받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한 것도 같은맥락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크리스토퍼장관이 이번 연설에서 내세운 강력한 미국 추구가 미국재정적자 축소등 향후 국내정책에 상당한 부담을 가져올가능성도 있다.
미국은 소말리아 파병에서 이미 10억달러를 썼으며 대대적인 외교쇼의 무대로 이용했던 팔레스타인에도 앞으로 경제지원을 하지않을수 없는 입장이다.강력한 국제문제 개입과 재정적자 감축은 서로 상반되는 양날의 칼날로 남아있는 셈이다.
이같은 미국정부의 국제 이슈 외에 크리스토퍼장관의 이번 강경대외정책 천명은 클린턴대통령이 국내문제에 지나치게 매달려 미국이 국제사회에서 다른 나라에 주도권을 넘겨주게 될지도 모른다는美국무부내 일부 우려를 불식하려는 목적도 있었 던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陳昌昱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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