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철도 지상건설의 단견/이상일 정치부기자(취재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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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민자당 대구지역 지구당위원장들은 18일 오전 이경식 부총리겸 경제기획원장관과 이계익 교통부장관,박유광 한국고속철도공단 이사장을 서울 강남의 한 호텔로 불러 조찬간담회를 가졌다.
원외지구당 위원장들까지 빠짐없이 참석한 이날 간담회에서 위원장들은 경부고속철도 대구권 지상건설과 관련,다시 한번 자극받은 「대구정서」를 전달했다.
위원장들은 우선 교통부가 고속철도 대구구간을 주로 지하에 건설하겠다고 결정한 지난 6월의 계획을 대구동을 보궐선거직전인 8월4일 거꾸로 「대부분 지상건설」로 바꾼데 대해 따졌다.
『경비절감을 위해 계획변경이 어쩔수 없었다면 최소한 대구시민들을 상대로 설명회를 갖든지,공청회를 열었어야 했는데 왜 민의수렴을 묵살했느냐. 정부의 어설픈 결정때문에 대구가 들끓고 있다. 계획을 바꾼직후 따지려 했는데 보선 때문에 참았다.』
『지하구간을 지상구간으로 바꾸면 약 2천억원의 경비가 절감된다고 하는데 시민들의 반발로 야기될 정치·사회적 부담을 고려해 본 적이 있느냐. 단순한 기술적·산술적 차원에서 계산하지 말라.』
『지금도 경부선이 대구 중심부를 통과해 남북이 분단된 상태인데 초고속철도까지 이 위를 지나면 남북간 이질화는 더욱 극심해질 것이다. 정부는 불과 50m앞에 있는 학교를 두고도 반대편으로 다니지 못하는 불편을 생각이나 해봤느냐.』
위원장들의 이같은 지적에 대해 정부측은 우선 『프랑스측에 따르면 현재의 기술수준만으로도 고속철도를 마치 무성영화를 보고 듣는 것처럼 큰 소음없이 지나가게 할수 있다고 한다. 화물차·버스 다니는 길에 승용차 한대 더 들어간다고 해서 큰 문제가 될게 있겠느냐』(이 교통장관)는 등 기술적 측면을 강조하면서 설득하려고 했다.
그러나 대구지역 위원장들은 전혀 납득하지 않으려 했다. 그들은 민심이반 우려를 들먹이며 끈질기게 재고를 요구했다.
결국 회의는 이 부총리가 『여러가지 측면을 놓고 다시 한번 심사숙고 하겠다』며 한발 물러서는 입장을 보이고 나서야 종료됐고,대구지역 위원장들은 약간은 안심한채 단합대회를 위해 대전엑스포장으로 향했다.
그러나 이 부총리의 신중검토 이야기가 대구지역 위원장들의 귓가에서 채가시기도 전에 청와대는 고속철도의 모든 도시관통 구간을 지상으로 끌어올리겠다고 결정했다.
대구 뿐만아니라 부산 등도 똑같이 지상에 건설한다는 것이다.
지역차별 등의 논란을 원천 봉쇄한다는 이 결정이 정말 합리성있는 결정인지는 더 두고 따져봐야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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