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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죽음 부른 이상한 생일파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2면

『하필이면 생일날 이런 변을 당하다니….』 16일 오전8시 서울강동구천호동 가톨릭병원 영안실.
스물한번째 생일을 맞은 동생을 위해 케이크등을 마련하고 조촐한 파티를 준비하다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듣고 달려온 누나(24.회사원.서울강동구상일동)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한채 눈시울만 붉히고 있었다.
아버지(50)도 어머니(47)도 믿고 싶지 않은,그러나 어디다 하소연할 수도 없는 아들의 죽음앞에 할 말을 잊은듯 허망하다는 표정뿐이었다.
그 옆에는 친구들이 죄인처럼 고개를 숙인채 머리를 조아리고 앉아 있었다.
생일날 불행을 당한 俊必군(20.재수생)의 죽음은 청소년들의「객기」가 얼마나 위험천만한가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학원에서 대학입시를 준비하던 俊必군은 생일인 15일 오후6시쯤 수업을 마치고 같은반 친구 열댓명과 함께 생일파티를 즐기기위해 버스로 20여분 거리에 있는 송파구풍납동 한강변으로 나갔다. 오랜만에 강바람을 쐬며 입시 스트레스에서 벗어난 해방감은생일파티를 금방 술파티로 바꿔놓았다.
이들은 취기가 오르면서 생일을 맞은 사람을 돌아가며 한대씩 때리는「생일빵」을 치르기도 했다.
술과 주먹세례로 달아오른 분위기는 곧 부질없는「죽음의 게임」으로 이어졌다.한강물에 뛰어들기 시합을 벌인 것.
그러나 자신있다고 맨먼저 뛰어든 俊必군은 주먹세례와 술기운 때문인지 끝내 물속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전문대 자동차학과에 진학,일류 정비기술자가 되겠다던 그의 부푼 꿈이 물거품이 되어 날아가버리는 순간이었다.
〈鄭泰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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