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경선 D-6 … 막판 세몰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이명박 "판세 결정됐다"
'대세론' 목청 높여

"객관적으로 보면 대충 판세가 결정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이명박 한나라당 경선 후보는 12일 서울 여의도 캠프 사무실에서 기자들을 만나 이렇게 말했다. 엿새 앞으로 다가온 경선에서 대세론을 주장한 것이다.

이 후보는 이어 "경선이 끝나고 나면 박근혜 후보 등 모든 후보와 화합해 정권 교체를 이루겠다"고 말했다. 이건 승리를 기정사실화한 발언이다.

이 후보는 이에 앞서 발송한 선거 홍보 e-메일인 '이명박의 희망통신'에서도 "그렇게 심한 네거티브 공격에도 불구하고 당내 후보 간 지지율 격차가 왜 10%포인트에서 더 좁혀지지 않을까"라고 자문한 뒤 "국민이 '말 잘하는 지도자'보다 '일 잘하는 지도자'를 원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이 후보 캠프는 이 후보 대세론이라며 수치를 제시했다. 캠프 좌장 격인 이재오 의원은 기자간담회에서 "전국 243개 선거구 중 145곳에서 이 후보가 앞서고 있다"고 자체 파악한 판세 자료를 내놨다.

자료에 따르면 243개 선거구 중 대의원 세력에서는 137 대 99, 당원에서는 133 대 93, 국민참여선거인단에서는 126 대 83으로 이 후보가 박 후보를 앞서고 있다는 것이다.

이 최고위원은 "각종 일반 국민 여론조사에서도 이 후보와 박 후보 간 격차가 10%포인트 이상으로 안정돼 있다"고 주장했다. 종합해 보면 대의원(20%).당원(30%).국민참여선거인단(30%).여론조사(20%)에서 모두 이 후보가 앞서고 있다는 얘기다.

이명박 지지선언도 많았다. 이날 캠프 사무실에서는 ▶13개 환경단체 대표단 ▶환경전문가모임 ▶전국농업단체협의회장단 ▶풀뿌리여성단체 대표단 ▶연예인단 다섯 단체가 찾아와 이 후보 지지를 발표했다.

기자회견 자리에 나온 연예인들은 배우 엄앵란.사미자.이의정씨, 가수 김상희씨다.

박정희.육영수숭모회장을 지낸 이영모씨도 이 후보 캠프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박 후보의 동생 근령씨로부터 '최태민 목사 부인에게 매달 생활비를 받았다'는 말을 들었다"며 "박 후보가 지난달 청문회에서 최 목사와의 관계가 별것 아니라는 듯 해명한 것은 거짓말"이라고 주장했다.

남궁욱 기자

박근혜 "역전 시작됐다"
휴일 회견 자청

한나라당 박근혜 경선 후보가 12일 "(정권 교체에) 필패하는 후보를 내면 역사에 죄를 짓는 것"이라고 이명박 후보를 겨냥했다. 휴일엔 캠프 사무실에 좀처럼 나오지 않던 그가 기자회견을 자청해서다.

박 후보는 이어 "본선에 가면 더한 검증이 벌어질 텐데 이 후보는 토론회도 안 한다"고 공격했다. 16일로 예정된 도덕성 검증 TV 토론회를 이 후보 측이 거부하는 데 대한 비판이다.

-경선이 코앞인데, 이 후보 측은 대세론을 주장한다.

"정권 교체가 최고의 애국이다. 이를 위해 불안하지 않은 후보가 뽑혀야 한다. 나는 자신 있고, 승리를 확신한다."

-여론조사에서 뒤지지 않나.

"여론조사는 추세를 보는 참고 자료에 불과하다. 경선일이 다가올수록, 국민선거인단이나 당원들은 절박한 생각을 하고 있다. 역전이 시작됐다."

-검찰의 수사 발표가 지연되고 있는데.

"그런 게 다 불안한 거다. 다 조사 했으면서 결과는 경선 후 발표한다고 한다. (금융 사기사건을 일으킨) BBK의 김경준씨도 경선 이후에 들어와 모든 걸 밝힌다고 한다. 그러니 (이 후보가) 얼마나 불안한 후보인가."

박 후보 기자회견에 이어 곧바로 마이크를 잡은 김무성 의원은 "18만여 명의 선거인단 중 8만6000명에 대해 조사한 결과 박 후보(47.7%)가 이 후보(49.3%)를 오차 범위 내로 따라붙었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지역별, 연령별 투표를 감안해 보면 이미 우리의 역전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한편 유승민 의원은 이날 이 후보가 BBK로부터 50억원을 송금받았다고 주장한 것과 관련, 증빙 자료를 공개했다. 그는 "자료는 미국 법원에 제출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 의원은 "이 후보 측이 'BBK가 다스에만 50억원을 보냈을 뿐 이 후보에게는 송금한 적이 없다'고 거짓 해명하고 있으나 기록에는 BBK가 양측에 모두 돈을 송금한 것으로 돼 있다"고 말했다.

또 "김경준씨가 주가 조작에 이용했던 회사인 '옵셔널 벤처스'에도 이 후보가 35억원을 송금한 자료가 있다"고 이 후보의 주가 조작 연루 의혹을 거듭 내놨다.

이가영 기자<ideal@joongang.co.kr>

사진=조용철 기자 <youngcho@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