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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사법부>上.정의의 보루 개혁 급하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2면

공직자 재산공개이후 경기도용인에 땅사재기를 한 것으로 드러나여론의 거센 비판을 받던 金德柱대법원장의 사퇴로 사법부에 태풍이 불어닥칠 전망이다.
사법부가 이번 재산공개에서 큰 타격을 받으리라는 것은 일찌감치 예견된 일이었다.지난봄 대통령과 국회의원.차관급이상의 고위공직자들이 재산공개할 당시 사법부는『판사들도 재산을 공개하라』는 거센 여론에도 불구,끝내 재산을 공개하지 않았 었다.
『법을 수호해야 할 사법부가 대통령의 정치적 결단으로 시작된재산공개에 무조건 뒤따라 가는 것은 옳지 않으며 새로 법이 제정되면 법적 절차에 따라 재산을 공개하겠다』는 것이 사법부의 주장이었고,이같은 주장은 일견 타당성도 있어 여론 의 비난을 간신히 비껴갈수 있었다.
따라서 사법부가 주장해온대로 새로 만들어진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실시된 이번 재산공개에서 법관들에게 관심이 집중된 것은 어쩌면 당연했다.
정작 재산공개 결과 사법부는 공개대상 1백3명 전체의 평균이12억원,대법관 평균은 15억원으로 나타나 검찰과 군.경찰에 비해 훨씬 많은데다 개별 판사들의 재산내용도 투기로 의심받을만한 구석이 많았었다.
구설수에 오른 판사들은『변호사 시절 번 돈이거나 상속,처가집재산등으로 땅을 산 것이어서 아무 문제가 없다』고 강변했지만 국민들의 여론은 달랐다.『재산형성 과정에 정말로 문제가 없었다해도 정의의 마지막 수호자임을 자임하는 법관들 이 투기 의혹을받는 것은 도덕적으로 도저히 용납될수 없다』는게 국민감정이었다. 사법부에 쏟아진 국민들의 불신과 지탄을 무마하기 위해선 물의를 빚는 법관들의 용퇴가 불가피했지만 인사권자인 金대법원장 자신이 투기혐의자의 대상에 포함돼 있는 상황이어서 해법이 간단치 않았다.
여론의 비난은 자연스레 金대법원장에게 집중됐고 자칫 사법부의존립 자체를 뒤흔들 정도로 거세게 확산돼갔다.
金대법원장의 사퇴는 결국 더이상 사태를 방치하다간 스스로의 명예실추는 물론 사법부 전체가 돌이킬수 없는 상처를 받게 될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金대법원장은 사퇴서에서『나의 사임으로 사법부의 모든 현안이 원만히 수습될 것을 바라고 있으며 새로운 사법발전의 계기가 마련될 것을 기대하고 있다』며 자신의 사퇴로 사법부에 대한 질타를 막아보겠다는 희망을 강력히 표시했다.그러나 일 단 불이 붙은 여론은 물의를 빚은 다른 판사들의 퇴진과 사법부 전체의 쇄신을 요구하는 방향으로 흘러갈 전망이다.
대통령이 신임 대법원장을 누구로 임명하느냐에 따라 사법부의 진로와 개혁방향이 크게 달라질 것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비교적 보수성이 강하고,이미 크나큰 타격을 입은 사법부를 또다시 뒤흔든다는 것은 정권에도 큰 모험이어서 이번 재산공개를 통해 비교적 때가 덜 묻은 것으로 확인되고 사법부안에서도 존경받는 인물이 임명돼 사법개혁의 마무리작업을 할 가능성이크다는 전망이다.
어느 경우든 상당수 판사들의 퇴진과 사법개혁의 박차는 불가피하며,사법부는 당분간 진통이 계속될 것이 분명하다.
대법원장 사퇴가 다른 기관이나 부처에 몰고올 파장도 만만치 않을 것이 틀림없다.「새정부하에서는 개혁이 시대적이고 국민적인대세」임이 金대법원장의 사퇴를 통해 확인된 이상 정치권이나 행정부처에서 재산공개이후 물의를 빚고 있는 인사들 에 대해서도 사퇴압력이 더욱 거세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실정이다.
사법부는 지금 기로에 서있다.사법부가 오욕을 씻고 명실상부한인권과 정의의 마지막 보루로 남을지,아니면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지 못한채 정부와 여론에 질질 끌려다니게 될지는 전적으로 새로 구성될 사법지휘부의 결단에 달려있다.
金대법원장의 사퇴를 계기로 사법부가 뼈를 깎는 자성으로 거듭나 사법부의 권위를 회복하고 정의의 마지막 보루로 굳건히 서달라는 것이 국민 모두의 바람이다.
〈金鍾赫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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