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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에 수10억재산… 이민출신 2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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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가방 무역업으로 모두 387만불 벌어/김혁규 민정비서/가발·액세서리업… 화장실9개 저택도/박지원대변인
이번 재산공개에서 수십억원대 재산중 상당부분이 미국내에 있는 것으로 밝혀진 두 정치인이 있어 화제다. 이민 1세대가 당대에 백만장자가 된다는 전형적인 「아메리칸 드림」을 이룬 뒤 금의환향해 국내에서 정치인으로 입신한 두 주인공은 박지원 민주당대변인과 김혁규 청와대 민정비서관. 이들은 같은 뉴욕교민출신으로 국내에 와서는 여야로 진영이 갈렸으면서도 서로 상대방을 치켜세우는 사이이기도 하다.
○…박 민주당대변인은 총 23억8천만원의 공개재산중 대부분이 미국내 재산이다. 그는 1백50만달러(약 11억2천만원) 상당의 빌딩,1백40만달러(11억2천만원)짜리 자택,캐딜랙·벤츠·지프 등의 자동차와 그랜드피아노 등을 신고했다. 특히 화장실이 9개나 딸린 미국내 저택은 과거 가난한 야당의원들이 미국을 찾을 때마다 숙소로 애용했던 곳. 민주당의 전신인 평민당의원들이 많이 찾았던 탓에 「평민호텔」이라는 별칭까지 붙었다.
김 청와대비서관은 1백40만달러를 호가하는 주택,1백40만달러의 사무실지분,링컨컨티넨탈 승용차 등 3백87만달러에 이르는 미국내 재산과 15억3천만원의 국내 재산을 포함,모두 46억2천만원을 신고했다. 박 대변인은 김 비서관의 재산이 자신의 곱절이나 되는데 대해 「나는 김 비서관보다 야당생활을 더 오래 해 돈도 더 썼기때문』이라고 한마디.
박 대변인은 지난 72년 미국에서 「데일리패션스」라는 가발·액세서리 수입판매회사를 차려 톡톡히 돈을 벌었다. 청와대 김 비서관도 20여년간 미국에서 가방무역업을 해 「밀리어네어(백만장자)」가 된 공통점을 갖고 있다. 박 대변인은 사업성공을 바탕으로 80년에 뉴욕한인회장을 지냈고 김 비서관도 몇년뒤 뉴욕한인회 이사장을 역임하는 등 둘다 교포사회의 지도자로 활약했다.
○…이국땅에서 같은 야당성향을 지닌 사업가로 절친하게 지냈던 두 사람은 80년대 중반부터 동교동계와 상도동계로 인연이 갈리면서 서로 다른 정치역정을 밟기 시작했다. 박 대변인은 84년 미국에서 정치망명중이던 김대중씨를 만나 그의 진영에 합류했다. 김 비서관은 87년 대통령선거때 김영삼후보를 지원하면서 상도동과 끈이 맺어져 오늘에 이르렀다. 두 사람은 두 김씨가 미국을 방문했을 때 두둑한 정치헌금을 했다는 공통점도 갖고 있다.
이들은 서로의 다른 정치노선과는 별개로 상대를 높이 평가한다. 김 비서관은 『박 대변인은 뉴욕 한인사회의 자랑』이라고 치켜세웠다. 김 비서관은 『최근 뉴욕에 갔을 때 교포들에게 「전국구 초선의원인 그가 제1야당의 대변인을 오랫동안 맡고 있는 것은 우리의 자라」이라고 얘기했다』며 『그가 야당정치에 기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 대변인도 김 비서관을 가리켜 『허튼 돈을 쓰지 않고 꼭 써야 할 곳에만 차분히 체계적으로 쓰는 근검절약형』이라고 평가하면서 『그가 사정의 중추인 민정비서관을 맡은 것은 이런 경제적 사고와 성실성 때문일 것』이라고 칭찬했다. 그는 또 『뉴욕의 교포들은 그곳 한인회장과 이사장을 지낸 우리들이 국내에서 야당대변인과 청와대비서관으로 활약하는데 대해 긍지를 갖고 있더라』고 전했다.<최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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