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공개 사법부 “휘청”/고위법관 상당수 「땅사재기」 드러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연고없는 「요지」 집중매입/월급아껴 샀다는 소명자료 없어/검·경·군보다 돈많아 부담… “개혁파동” 우려
사법부가 재산공개 태풍에 휘청거리고 있다.
재산공개 결과 판사들의 재산이 검찰·군·경찰·행정부 등 다른 부처·기관들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드러난데다 일부는 투기의혹까지 받고있기 때문이다.
우선 평균재산에서 검찰이 10억,군이 5억3천,경찰이 10억원인데 비해 사법부는 12억원(대법관은 15억)으로 나타나 이 순위가 사법부에 주는 심리적 부담감이 크다.
물론 이번 공개에서는 단지 재산의 과다를 이유로 매도하지는 말자는 것이 중론이고,김영삼대통령도 『공직자가 돈이 많다는 이유만으로 매도돼서는 안되며 부의 형성과정이 정당할때는 오히려 그 부가 존경받아야 한다』고 밝히고 있으나,재산을 공개한 1백2명의 판사중 상당수가 무연고지에 땅을 소유하고 있는가 하면 이들 가운데 10여명은 재산형성 과정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당사자들은 대부분 재산형성 과정에 별 문제가 없었고 땅을 사둔 것도 투기가 아닌 투자라고 주장하나 그 내용은 부모로부터의 유산상속,부인의 유산,변호사시절 번 돈이 대부분으로 판사생활을 하면서 돈을 쪼개 저축했다는 해명은 거의 찾기 힘든 실정이다.
이 때문에 사법부는 국민들의 여론을 의식,이들에 대한 소명요구 등 자체조사가 불가피한 것이 아니냐는 분위기다.
사법부는 특히 새정부출범이후 변호사의 판사실출입금지 등 나름대로의 개혁조치를 마련해왔지만 젊은 판사들을 중심으로 『사법부가 정말로 개혁을 하기 위해선 문제판사들이 먼저 물러가야 한다』는 여론이 강해 곤혹스러운 입장이다.
만의하나 이들 젊은 판사들이 공개된 재산의 내용을 문제삼고 나올경우 사법부는 내우외환으로 만신창이가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것이다.
정부가 재산이 10억원 이상되는 공직자에 대해서는 공직자윤리위가 아닌 다른 기구를 만들어서라도 형성과정을 실사하겠다고 나서는 점도 사법부로서는 큰 부담이다.
특히 사법부의 수장인 김덕주 대법원장까지 경기도 용인지역에 집중적으로 땅을 사놓은 사실때문에 여론의 십자포화를 맞고있어 「벙어리 냉가슴」만 앓을 뿐이다.
결국 재산공개파문이 어떻게 전개되고 국민여론이 어디로 흘러가느냐에 달려 있는 문제이긴 하지만,명예를 앞세우는 사법부로서는 40년 역사상 가장 큰 상처를 입을 가능성이 커졌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