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에서 경영까지..광고계 여성파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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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광고계에 요즘 조용한 바람이 불고 있다.남자못지 않은 탁월한업무능력과 영업수완을 갖추고 있는데다 여성특유의 섬세함까지 겸비,광고의 3박자를 고루 갖춘 이른바「여성군단의 출현」이 그것이다. 국내에 아직 광고에 대한 인식이 깊이 뿌리내리기 전인 70~80년대 초반 광고계에 투신,많은 고충과 좌절을 극복하고「관리자적 지위」를 확보한 여성들이 줄잡아 50여명에 이른다는게 광고계의 얘기다.
유난히 浮沈이 많은 업종이어서 군소업체 난립이 심한 광고대행사는 현재 2백여개에 이른다.이중 기반이 탄탄한 중.대형 광고사의 경우 대부분 차장급이상 관리직에 1~2명의 여성이 있다.
이들은 광고의뢰된 상품을 마키팅전략에 맞게 이미지화 하는 창의적인 전략을 수립하는 광고디자이너로부터 文句와 디자인의 조화등 전반적인 광고전략을 수립하고 결정하는 기획실장에 이르기까지다양한 직책에 포진해있다.부장은 말할 것도 없고 이사급 간부사원,그리고 광고를 의뢰하는 회사(광고주)의 홍보실에도 여성들이늘어나고 있는 추세다.최근에는 독립 광고대행사를 열어 자신이 직접경영하는 여성오너도 탄생했다.
92년 2월 희승이란 광고사를 창업한 姜英熙대표(44)는 82~91년 부엌가구 제조업체인 한샘의 홍보실에 근무했던 현장경험을 바탕으로 창업,탄탄한 경영을 해나가는 케이스.
디자인실.영업부.카피라이터등 11명의 직원을 두고 있는 이 회사에는 여직원이 3명이나 된다.『섬세.꼼꼼함을 필요로 하는 부분이 많은 직종이어서 여성들에게 적합할뿐 아니라 여직원도 남자들과 똑같이 사명감을 가지고 열심히 일하므로 분 위기도 좋다』고 그는 말한다.희승은 라코스테.러보오그.동양어패럴등 8개 업체의 광고를 대행하고 있다.
웰콤광고사의 여성이사 文愛蘭씨(40)도 광고계에서 손꼽히는 재원이다.75년 제일기획 공채 1기로 광고와 인연을 맺은후 태평양화학.코래드등에서 실력을 다진 그는 87년 웰콤으로 자리를옮기면서 이사가 됐다.『광고일이 일반의 인식대로 창의력을 요하는 멋있는 직종임에는 틀림없지만,반면 엄청난 끈기와 인내 그리고 체력을 필요로 하는 힘든 직업』이라고 말한다.
이밖에도 동방기획의 黃貞淑 디자인부장,희승의 安금심실장,연합광고의 金동희 부장등이 광고인으로서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아가방 홍보실장으로 10여년간 광고업무를 맡아온 黃恩卿씨(40)는『여성들이 남자에 비해 일반관리비.접대비등 불필요한 경비지출이 적어 경제적일뿐만 아니라 기획에 있어서도 꼼꼼한 면이 있어 여성광고인과 일할 때가 많다』고 여성광고인 선호이유를 설명했다. 이처럼 여성들이 광고계에서 나름의 위치를 확보,활발한활동을 벌일수 있는 것은 여성의 섬세함을 요하는 직종이라는 광고의 특수성과 함께 우리 사회가 빠른 속도로 소비사회화 하면서여성들이 실질적인 상품 구매자로 부상,「여성을 잘 아 는」여성이 광고제작에 훨씬 유리하다는 판단이 작용했기 때문이다.여성의심리를 잘 아는 여성이야말로 상품구매와 직결되는 광고를 만들어낼수 있기 때문이다.또한 우리사회가 점차 전문화.세분화하면서 여성들이 일할수 있는 사회적 여건이 성숙 돼가고 있는 점도 여성광고인 배출에 큰몫을 하고 있다고 이들은 얘기한다.
〈李貞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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