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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가명제/부동산에 돈몰릴 우려 높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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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타인이름 빌어 재산소유권 등기/명의신탁/등기않고 원소유자명의로 나둬/가등기/마지막등기때 중간미등기 인정/중간생략
금융실명제가 실시되면 검은 뭉칫돈이 부동산시장으로 몰려 투기의 회오리 바람이 몰아칠 것이라는 우려와는 달리 부동산 시장은 현재로선 꽁꽁 얼어붙은 상태다.
정부가 토지거래허가제 확대 등 강도 높은 대책으로 유동자금의 부동산시장 유입을 차단해온데다 부동산 수요자들도 거래자금이나 매매차익을 세무당국에 노출되는 것을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같은 경색현상이 몇개월 지속되다 올 연말이나 내년 상반기부터 관망세에서 벗어나 상승국면으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같은 관측은 현행법상 소유자가 전면에 나타나지 않고서도 실제로는 소유가 허용되는 명의신탁·가등기·중간생략등기 등 「토지가명제」가 용인되기 때문에 결국에는 부동자금이 익명성이 보장되는 부동산,특히 토지로 흘러들 것이라는 견해에 바탕을 두고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금융실명제로 방향을 잃은 돈이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소유할 수 있는 부동산으로 흐르는 것을 제도적으로 방조하고 있는 현행 부동산 명의신탁제를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명의신탁은 가장 대표적인 토지가명제의 하나로 실제의 소유자가 다른사람의 이름을 빌려 재산의 소유권을 등기할 수 있는 제도다. 이때 형식상의 소유자는 이 재산을 자신의 이익을 위하여 임의로 사용하거나 처분할 수 없고 실제로 소유자만이 소유권을 행사한다.
예를들어 갑이 을로부터 부동산을 취득,등기를하지 않고 병으로 형식상 소유권을 넘겨도 명의신탁을 인정하는 것이다. 다시말해 같은 공부상 등기·등록된 사실이 전혀 없거나 병과 개인적인 명의신탁에 관한 계약을 체결해두면 법원은 갑의 소유권을 인정한다.
통상 소유자와 명의대여자는 이같은 거래사실을 공증 또는 내부계약을 통해 약정한다. 이러한 명의신탁은 법률에 의해 규정된 제도가 아니라 대법원의 판례에 의해 인정되고 있다.
명의신탁과 혼동하기 쉬운 것으로 부동산신탁제도가 있다. 부동산신탁은 자기소유 부동산을 관리 또는 처분 목적으로 다른 사람 명의로 이전하는 것인데 이때 반드시 신탁재산표시 등기를 하고 계약사항도 신탁원부에 기재토록 되어있다. 따라서 외형적으로 재산권 행사의 권리가 분명히 다른 사람에게 넘어가므로 실제 소유자가 뒤에 숨어 소유권을 행사하는 명의신탁과는 엄연히 다르다.
가등기는 자신이 산 토지를 등기이전하지 않은 상태로 자신의 토지에 대한 소유권을 보호하는데에 가장 널리 쓰이는 법률상의 제도다. 토지를 산뒤 등기를 자신의 명의로 이전하지 않은채 원소유자의 소유로 그대로 두고 단지 그 등기부에 그 땅을 자기 앞으로 가등기해두면 이 토지의 소유권을 넘겨 받을 수가 있다. 중간생략 등기는 몇번의 전매를 거쳐 최종 구매자가 등기를 할 때에 중간의 미등기 전매를 인정하고 최종 구매자의 등기 신청에 따라 법원의 등기를 받아주는 제도다. 특히 전문적인 투기꾼들은 자신을 노출시키지 않기위해 또는 양도소득세를 탈세하기 위해 대부분 미등기 상태로 전매한다.
이 때문에 미등기 전매는 부동산투기의 가장 전형적인 형태로서 땅투기를 가열시키는 주범역할을 해왔다. 더구나 미등기 전매는 세무당국도 포착이 힘들고 법적으로 아무런 제재가 없다. 발각되면 단지 양도소득세를 많이 물 뿐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같은 토지가명제가 존속하는 한 투기근절은 힘들고 제도금융권을 이탈한 유동자금이 잠적하기 쉬운 구멍을 남겨 금융실명제의 정착을 뒤흔들 소지를 안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들은 따라서 『토지실명제를 실시하려면 명의신탁 등 지금의 관행을 용인하는 법을 개정해 본인 명의의 등기를 의무화하는 한편 등기자료의 전산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본인 명의로 등기를 하지않고 이루어진 매매계약은 무효로 처리해야만 진정한 토지실명제가 뿌리를 내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이밖에 등기전산화를 통해 개인·가구·법인이 토지를 얼마나 소유하고 있는지를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파악해야 부동산관련 양도소득세·취득세·등록세 등 각종 세금을 부과할 수 있다고 제시한다.<도성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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