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투자 SOC 사업 10년 명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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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10일 오후 서울 서초동 예술의 전당 아래를 지나는 우면로 터널. 서울 강남과 과천·의왕 등을 연결하는 이 터털은 민간 자본으로 만들어졌다. 그러나 평일 낮에도 한산할 만큼 이용 차량이 많지 않다. 2000원이나 되는 비싼 통행료 때문이다. 터널비를 받는 이 투자 회사는 이 밖에도 2004년 준공 이후 매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예산에서 한 해 100억원가량을 지원받고 있다. 일정 수익이 안 나면 차액을 보상해 주기로 정부가 약정을 했기 때문이다. 이런 추세라면 2033년까지 2000억원이 넘는 세금이 더 들어갈 전망이다.

 민간 자본을 끌어들여 국가적으로 시급한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를 하는 민자 사업이 최근 10년간 급격히 늘고 있다. 복지 지출이 크게 늘면서 과거처럼 SOC 투자를 늘리기 어려워진 정부가 도로·학교 건설에 민간 투자를 적극 유도하면서다. 하지만 교통량 예측 등이 부풀려지고 이로 인한 수익 보장 약정으로 국고 부담도 눈덩이처럼 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10년간 10배 늘었다=1994년 근거 법령이 만들어진 민간투자제도는 96년 사업이 본격화돼 이제 10년을 넘기고 있다. 96년엔 정부 재정 투자액의 1.2%(3000억원)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말엔 17.4%(3조2000억원)로 늘었다. 이미 협약이 체결돼 현재 추진 중인 민간 사업만 총 146개(약정 투자비 42조원).  

정부는 민자 사업이 직접 예산을 투입하는 재정 사업에 비해 장점이 많다는 입장이다. 이익을 내려는 민간 업체가 최대한 공사 기간을 단축하는 데다 운영비까지 모두 포함하면 비용도 덜 든다는 것이다. 기획예산처 자료에 의하면 천안∼논산, 대구∼부산 간 고속도로는 시설 운영비가 일반 고속도로보다 30%가량 저렴하다.

 ◆“비싼 통행료 주범” 지적도=우선 도로 건설의 경우 비싼 통행료가 문제다. 민자로 지은 천안∼논산 고속도로의 경우 ㎞당 평균 도로공사요금의 1.9배, 대구∼부산은 2배의 통행료를 받는다. 현재 공사 중인 서울∼춘천 도로는1.66배 수준이다.

 그러나 민간 업체들은 애초 예상했던 통행 수입에 못 미친다며 막대한 국고를 지원받고 있다. 인천공항 고속도로에는 지금까지 4600억원의 예산이 지원됐다. 천안∼논산 간 고속도로에도 이미 1580억원이 지급됐다. 지난해 개통한 대구∼부산 고속도로도 첫해부터 본 손해를 메워 주기 위해 올해 500억원의 예산이 책정돼 있다. 이는 운행 수입이 저조해도 정부가 일정 수입을 보장해 주는 구조 때문이란 지적이다. 민간 업체들이 적당히 교통 예측량을 뻥튀기한 뒤 모자라는 만큼을 정부에서 지원받는다는 것이다.

뒤늦게 문제를 인식한 정부도 지난해 1월 이후 시작된 사업에 대해서는 운영수입 보장을 대폭 축소하도록 제도를 바꿨다. 그러나 이미 지어진 도로에 대해서는 약정에 따라 15∼30년간 국고 지원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경실련 국책사업감시단의 신영철 정책위원은 “민간 업체의 통행료 적정성과 공사비에 대한 철저한 검증을 통해 국고 손실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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