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합 강요 후 자진 신고 과징금 감면 못 받는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2면

앞으로 담합(카르텔)을 주도하거나 강요한 사업자는 담합 사실을 자진 신고하더라도 과징금을 감면받지 못한다. 또 담합 기간이 길수록 더 많은 과징금을 내는 방향으로 과징금 부과 제도가 개선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고, 11월 4일 시행한다고 12일 밝혔다.

 개정안에 따르면 다른 사업자에게 담합 참여를 강요하거나 담합을 포기하지 못하도록 한 업체는 자진 신고에 따른 과징금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없도록 규제가 강화된다. 현행 시행령에서는 담합 사실을 처음으로 자진 신고할 경우에는 해당 기업이 담합을 강요했더라도 과징금을 내지 않아도 됐다.

 실제로 최근 보험료 담합조사 때 동부화재·대한화재 등 3개 손보사는 자신 신고한 덕분에 과징금을 감면받았고, 설탕 가격 담합을 자진 신고한 CJ도 과징금을 줄일 수 있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담합으로 가장 많은 이익을 얻은 회사가 자진 신고제도로 과징금을 면제받는 제도적 허점에 대한 비판이 일었다. 대신 공정위는 두 번째 자진 신고자 및 조사 협조자에 대한 과징금 감면 비율을 현행 30%에서 50%로 조정해 혜택을 확대했다.

 과징금 부과 기준도 바뀐다. 지금까지는 직전 3개 사업연도의 ‘평균 매출액’을 기준으로 했지만, 앞으로는 ‘법 위반 행위 관련 매출액’을 기준으로 과징금을 물리기로 했다. 여러 가지 품목을 생산하는 사업자와 1~2개의 품목을 생산하는 사업자 간 형평성 문제를 야기한다는 지적에서다.

 공정위 한철수 경쟁정책본부장은 “불공정 거래 행위를 한 사업자에 대한 과징금의 증감 여부는 사례별로 다르다”면서 “다만 담합 기간이 길어질수록 현재보다 많은 과징금을 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기업 인수합병(M&A) 신고 기준도 완화된다. 현재는 인수되는 회사의 매출액이 30억원 이상일 경우 신고해야 했지만 앞으로는 100억원이 넘을 경우에만 하면 된다.  

손해용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