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맞는 미 크루즈미사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미 인공위성망 민간개방으로 개발 쉬워져/“북한­이란등 10여국 너도나도” 부작용 우려
민간항공기의 운항을 돕기위해 개방되는 미국의 인공위성망을 이용,어느 나라든지 비교적 손쉬운 방법으로 순항(크루즈) 미사일을 개발할 수 있어 테러리스트들이나 적성국가들이 이를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미국 국방부가 「빈자의 크루즈미사일」이라고 명명하고 있는 이 미사일 시스팀은 현재 북한을 포함,이라크·이란 등 10여개국이 개발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 국방부는 자신의 미사일을 세계 어느 곳에라도 정확한 지점으로 유도하기 위해 1백억달러를 들여 24개 인공위성을 지구 상공에 띄어놓고 이를 이용해왔다.
지난 걸프전때 걸프만의 함정에서 발사한 토마호크미사일이 이라크수도 바그다드 시내 목표물을 정확하게 공격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러한 인공위성 덕분이었다.
「세계 위치 체제(Global Positioning System)」라 불리는 이 인공위성망을 올 여름이후부터는 민간항공기도 이용할수 있도록 되어있어 이를 악용할 경우 누구라도 미국의 크루즈미사일과 같은 정확성을 갖는 미사일을 쉽게 개발할 수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GPS의 개방은 미국 연방항공국(FAA)이 민간항공기의 안전운항을 위해 이 시스팀을 민간분야도 공동으로 이용할수 있도록 요청해 실현이 됐으나 뒤늦게 이러한 문제점이 발견되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지가 26일 1면 머리기사로 보도했다. 이 신문은 누구든지 이 GPS에서 보내는 신호를 받을수 있는 수신기만 가지면 화학탄이나 핵폭탄을 실은 무인 비행기나 단순한 미사일에 이를 부착해 목표물을 정확히 공격할 능력을 가질수 있다고 밝혔다.
GPS유도미사일로 불리는 이 새로운 형태의 크루즈미사일은 북한·이란·이라크 외에 파키스탄·인도네시아·이집트·이스라엘·대만과 그외 몇나라가 보유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이 신문은 덧붙였다.
이 수신장치는 상업용,또는 민간용으로 얼마든지 구입할수 있으며 이란의 경우 영국의 한 대리회사를 통해 이미 이를 구입한 것으로 알려졌고 러시아·중국은 수출을 목표로 이 미사일을 공동으로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 GPS로부터 전파수신이 가능한 미사일은 목표물에 3m 이내의 오차로 명중할 수 있으며 화물선 등에 이 미사일을 싣고 목표물의 사정거리까지 접근해 발사할수 있어 테러리스트들이 손쉽게 사용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테러리스트들이나 적성국가들이 이를 사용할수 없게 하는 방법은 비상사태가 발생할 때마다 GPS운영을 중단하는 길밖에 없으며 그 권한은 미국대통령만 갖고 있다.
그러나 이 시스팀의 운영을 갑자기 멈추게 할 경우 그 순간 이 GPS의 유도를 받으며 착륙하고 있던 민간 여객기들에는 치명적 타격을 주게 된다는 어려움이 있다.<워싱턴=문창극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