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관련 다큐물 제작 착수|제22회 에미상 탄 미 스테파니 여감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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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TV 다큐멘터리 『작은 용기-에이즈 세대의 역사적 초상』으로 미국 텔리비전 예술·과학 아카데미가 주는 제22회 에미상을 지난 5월 수상해 화제를 모았던 미국 여성감독 스테파니 캐스틸로씨.
92년 하와이 국제 영화제 대관에 이어, 93년 에미상 다큐멘터리 부문 작품상(대상)을 받은 『작은 용기』는 1800년대 하와이에서의 나병(한센씨병)창궐 사례를 들어 에이즈의 급속한 감염에 대한 경고 메시지를 담은 것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런데 여성 파워를 드높인 그가 최근 한국 도자기 문화의 뿌리와 정신 세계를 담은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겠다고 나서 또다시 화제다.
하와이주 출생인 그는 미군인 아버지를 따라 미국 본토·일본·필리핀 등에서도 어린 시절을 보냈으며 89년까지 호놀룰루의 스타 뷸리튼지에서 신문기자로 활약했다. 그런 그가 제작비 60만 달러를 들여 94년 말까지 완성키로 한 한국 관련 다큐멘터리의 제목은 『황금보다 더 귀한 것』16mm 컬러로 상영 시간 1시간이 될 이 다큐멘터리의 부제는 「영원한 한국 도자기 정신 탐구.」로 5전년의 한국 역사 속에서 면면히 어어온 도자기, 특히 찻잔과 거기에 깃들인 민족의 독창성 예술성 등을 다루게 된다.
미국 언론들은 정신대 문제·인종 문제 등으로 최근 서구인의 관심을 끌고 있는 한국의 도자기 문화 다큐멘터리가 『작은 용기』못지 않게 시청자들의 주목을 받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89년부터 독립적인 영화·비디오 감독이자 작가 등으로 활약해 온 그가 한국 도자기에 처음으로 관심을 가진 것은 기자 시절인 88년.
당시 6개국 취재 계획의 일환으로 한국을 방문, 서울 근교의 도요지를 찾았을 때 그는 일본 관광객들이 수천 달러를 아낌없이 내고 하찮게 보이는 도자기를 사는데 깜짝 놀라 한국의 도공들을 인터뷰하게 된다.
그는 이 과정에서 한국의 도공들이 17세기에 일본으로 끌려간 사실, 일본의 군국주의로 한국 문화가 말살돼가다 도공들의 숨은 노력으로 1930∼40년대부터 다시 한국의 가마에 새로운 불꽃이 타오르기 시작했던 점등을 알고 크게 감명 받았다.
스테파니 감독은 제작비가 확보되는 대로 한국에서 9개월 일본에서, 4개월간 머무르면서 답사 및 고증 작업을 할 예정이다. 작품 『황금보다 더 귀한 것』은 미국 전역에 방송되는 디스커버리 채널 등 최소 3개 채널을 타고 한국의 얼을 소개하게 된다. <김영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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