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 토론] 카드 대란 발생 주범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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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국내에는 1960년대 말 신용카드가 도입됐다. 은행계열 신용카드가 주도권을 잡고 있던 카드시장에 LG.삼성 등 대기업이 참여한 것은 80년대 후반의 일이다. 대기업들은 기존 소형 신용카드사를 인수해 카드사업에 뛰어들었다.

카드업계에 획기적 변화가 일어난 것은 99년. 정부가 개인에 대한 현금서비스 한도를 없애는 등 신용카드 관련 규제를 대폭 없앴다.

신용카드 이용에 대한 소득공제 제도도 도입됐다. 당시 신용카드에 대한 규제를 섣불리 푸는 바람에 카드 거품이 발생했다는 비판이 최근 나오고 있지만, 당시엔 규제완화가 대세였다.

이 때부터 신용카드업은 급팽창했다. 카드사는 회원을 늘리기 위해 길거리 모집을 하는가 하면 각종 할인혜택을 주면서 회원들의 과소비를 부추겼다. 대기업 계열 카드사들이 물량공세에 나서자 은행계열도 맞대응하면서 경쟁은 과열됐다.

카드 이용실적은 98년 63조원에서 99년에 90조원으로 증가한 데 이어 2000년에는 2백24조원, 2001년 4백43조원, 2002년 6백22조원으로 급팽창했다. 특히 신용카드 본연의 기능인 물품 구매보다는 급전(急錢)대출 성격의 현금서비스 등 현금대출이 크게 늘었다. 카드사들은 조(兆)단위의 이익을 낼 정도였다. 금융감독 당국은 2002년부터 다시 규제에 나서기 시작했다. 카드사의 경쟁 과열로 가계대출 부실화가 우려되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위원회는 2002년 11월'신용카드사 건전성 감독강화대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미 타이밍을 놓친 상태였다. 카드사들이 마구잡이로 덩치만 키운 결과, 부실이 덩어리로 나타났다.

연체회원이 늘면서 적자기업으로 추락한 카드사는 금융시장에서 제대로 자금을 조달하기 힘든 지경에 빠져들었고, 급기야 지난해 4월 카드채 위기를 맞게 되었다.

이 와중에 신용불량자를 구제하기 위해 정부와 관계기관에서 채무 감면 등의 조치를 내놓는 바람에 카드 연체금을 갚지 않는'배째라 채무자'가 늘어나 카드사 위기가 더 심각해졌다는 논란도 빚어졌다.

김창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