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몰광원 1명 극적구조/갇힌지 90시간만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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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나머지 5명은 숨진채로 발견
【태백=최영규·홍창업·장문기기자】 강원도 태백시 한보에너지 통보광업소 매몰광부 6명이 갱내에 갇힌지 90시간55분만인 17일 오전 7시 동료 구조작업반에 의해 극적으로 구조됐으나 여종업씨(32) 한명만 살고 고인학씨(41) 등 5명은 숨졌다.
장성병원에 후송된 유일한 생존자 여씨는 종합진단 결과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숨진 광원 5명의 시체는 가족들의 오열속에 병원 영안실에 안치됐다.
이들은 13일 오후 12시5분쯤 갱내 막장에서 채탄 및 운반작업을 하던중 지하수가 터지면서 쏟아져내린 죽탄이 갱 출구를 막아 갇혔었다.
매몰 광부구조반은 17일 오전 6시30분 사고지점 2m앞까지 도달,막힌 흙벽을 뚫고 들어가 오전 7시쯤 여씨의 생존을 확인했다. 이어 여씨 주변에서 4명을 더 찾아냈으나 이미 숨진 상태였고,10분쯤후 마지막 1명의 시체도 확인했다. 사고발생후 광업소측은 50명의 구조반을 편성,밤낮없는 구조작업을 강행,이날 오전 6시30분쯤 갱출구 반대쪽에서 우회관통 갱도를 뚫어 지하 6백여m,갱입구로 부터 2천1백86m지점에 도달하는데 성공했다.
구조된 여씨는 『뚫린 구멍을 통해 「살아있느냐」고 소리치는 구조반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이제야 살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구조순간을 밝혔다.
여씨는 『사고직후 갱내에 지하수가 급히 차올라 동료 5명과 함께 갱내에 있던 통발을 잡고 버텼으나 30분만에 물이 머리까지 차올라 코만 내놓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30분쯤 지난후에야 물이 빠지기 시작해 통발을 놓고 보니 다른 동료들은 이미 숨져있어 이들을 옆에 뉘어놓고 어둠속에서 버티기 시작했다』고 했다.
여씨는 그도 『자신의 오줌까지 받아 먹으며 갈증을 이겨냈다』고 말했다.
여씨의 「생몰시간」 90시간55분은 67년 9월6일 탄광에 갇혔다 3백68시간여만에 구출된 양창선씨 이래 가장 긴 시간이다.
양씨는 67년 8월22일 충남 청양군 구봉광산에서 일어난 낙반사고로 이날부터 다음달 6일까지 무려 15일 8시간35분동안 갇혀 있다 구조돼 당시로서 세계 최장의 생물기록을 남겼었다.
또 지난해 9월22일 강원도 정선군 고한읍 정동탄광 지하 1천2백여m지점에서 채탁작업중 죽탄이 쏟아져내려 매몰됐던 6명의 광원가운데 김주철씨(당시36세)도 64시간40분만에 유일한 생존자로 구조됐었다.
사망자는 다음과 같다.
▲서승문(43·후산부) ▲송태구(41·동) ▲이병열(38·동) ▲고인환(41·선산부) ▲김완규(41·동)
◎“오줌·물 연명… 무덤서 살아난 기분”/생존광원 일문일답
▲현재 소감은
­마치 무덤에서 살아나온 기분이다. 나는 살아야겠다고 계속 되뇌었다.
▲언제 살았는지 알았는가
­구조반이 우회갱을 통해 구멍을 뚫고 『살아 있느냐』는 소리를 듣고 이제 살았구나 생각하며 안심했다.
▲구조반이 소리를 질렀을때 뭐라 대답했는가.
­동료 광원 5명은 이미 의식 불명상태인 것 같으나 정확히는 모르겠다고 답했다.
▲갇힌 막장에서 어떻게 있었으며 어떤 각오로 있었는가.
­오줌·물로 허기진 배를 채우며 죽을 힘을 다해 나는 반드시 살아야 되겠다고 생각하며 호흡을 조절했다.
▲캄캄한 어둠을 어떻게 견뎠는가.
­12시간 사용하는 안전등을 2∼3분 간격으로 켰다 껐다하면서 암흑의 어두움을 이겨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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