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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삭아삭 부서지는 사과의 경쾌함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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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호 28면

사과를 무척 좋아해서 ‘나중에 레스토랑을 지으면 사과란 의미의 프랑스어 폼(pomme)이라고 짓자’고 마음먹을 정도인 필자가 1년을 기다렸다 만난 아오리 사과를 보니 뉴욕에서 맛본 알록달록한 사과 생각이 간절하다.
뉴욕도 한국과 비슷한 위도에 위치한 곳이라 사계절이 뚜렷하고, 서늘한 가을과 매서운 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겨울철이 있다. 그런 날씨 덕분에 추운 곳에서 잘 자라는 사과농장이 참 많다. 가을철이면 사과축제가 열리고, 사과 즙을 낸 ‘애플소다’도 풍년이고 그 애플소다로 만든 도넛은 또 어찌나 맛나는지.

게다가 사과 종류는 또 얼마나 많던지 요리학교 시절 ‘식재료학’ 시간에 수십여 가지의 사과가 있다는 것을 알고, 시험시간에 설마 저걸 다 외워야 하나라는 생각에 잠시 떨기도 할 정도였다. 학교 근처 식료품 가게에 시간이 날 때마다 들러 과일·채소 코너를 기웃거리는 습관이 생긴 이유이기도 하다.
연두색 아삭한 그래니 스미스(Granny Smith), 고운 색과 얇은 껍질에 진한 단맛의 갈라(Gala), 미국이 원산지인 우아하게 쭉 빠진 모양의 레드 딜리셔스(Red Delicious), 동글동글 귀여운 매킨토시(McIntosh), 고운 노란빛의 골든 딜리셔스(Golden Delicious), 이름이 너무 예쁜 핑크 레이디(Pink lady) 등 갈 때마다 새로운 빛깔과 색, 크기를 한 동글동글 예쁜 사과들을 보는 재미에 푹 빠졌었다.
 
하루 한 개면 의사도 필요 없어
사람들 보는 눈은 다 똑같은가 보다. “아침에 사과는 만병통치약”이라는 말은 주위에서 흔하게 듣는데 외국에서도 사과의 효능과 연관된 속담이 있다. 바로 “하루에 사과 한 개는 의사를 멀리해준다”는 말로 역시 좋은 건 동서를 막론하고 통하나 보다.
이 몸에 좋은 사과는 항산화물의 주체가 된다는 비타민C의 함량과 섬유소가 풍부하다. 영양학적으로 매우 뛰어남을 연구 결과를 보면 알 수 있는데, 결장암·전립선암·폐암 등을 줄이는 작용도 한다고 한다.
해마다 약 55만t의 사과가 전 세계에서 생산되고 있는데, 그중 중국이 5분의 2 정도의 양을 차지한다. 다음으로 미국이 그 뒤를 따르고 있다고 하는데 약 7.5%를 생산하고 있다. 특히 미국에서 유통되는 사과의 약 60%가 추운 워싱턴주에서 생산되고 있다.
사과의 색·크기·맛이 다양한 것처럼 그네들이 사과로 만들 수 있는 것은 우리나라보다 좀 더 다양해 보인다. 애플주스, 애플사이다(cider), 사과식초, 펙틴 그리고 사과주도 만들어진다. 애플사이다를 증류시켜(Distilled) 애플잭(Applejack)과 칼바도스(Calvados)를 만들어낸다.

미국인의 점심 도시락의 단골 메뉴이기도 한 사과는 또한 디저트 재료로도 각광받고 있는데, 애플파이·애플크럼 등이 있다. 사과를 굽거나 시럽 등에 조리고, 또 말려두었던 것을 다시 알코올이나 물에 불려 사용한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애플캔디는 사과에 막대기를 꽂고 겉에 캐러멜을 입혀 반짝반짝 빛나는 것이 너무 예쁘다.
달콤한 디저트뿐 아니라 제철인 가을철에 뉴욕의 레스토랑들은 육류나 해산물 요리에 사과를 애용하는데, 애플퓨레로 만든 애플소스를 곁들인 가리비 구이, 돼지 안심 구이 등이 정말 맛있었던 기억이 난다.
 
‘애플 요리’ 많은데 한국식 드물어
위의 사과로 만들 수 있는 것들이 다 외국식이라 좀 안타깝다. 원래 과일은 담백하게 그 맛 자체로 즐기는 것을 좋아하는 우리네 입맛에 기인한 결과인 듯하다. 또 실제로 껍질째 또는 껍질을 벗겨 먹는 사과 맛이 제일 좋다는 것은 사실이니까. 그래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사과의 활용도를 높이려고 노력하는 분이 많이 있다.
사과농장주 가운데 일반인들에게 사과를 좀 더 인기 있는 과일로 발돋움시키고자 노력하는 분의 말씀을 들을 기회가 있었다. 사과농장을 일반인에게 개방해 사과나무를 분양하기도 하고(봄철 꽃 피우는 것부터 수확하는 것까지 자신의 나무 한 그루를 빌려 작은 수확의 기쁨을 맛볼 수 있단다. 아저씨가 관리를 도와준다), 수확철에 있는 최대 즐거움인 ‘사과 따기’가 인기를 끌기도 하지만, 정작 그뿐이라고. 맛있는 사과주를 만들려고 노력 중이라는 그분은 사과로 만든 맛난 음식이 좀 더 필요하다는 말씀을 하시면서 멋진 메뉴를 개발해달라고 신신당부하셨다. 그 노력의 첫 시도로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아삭한 사과를 썰어 넣은 사과샌드위치와 저렴한 가격 때문인지 제대로 평가를 못 받고 있는, 돼지 안심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비법인 사과소스요리를 만들어 보았다.
마트에서 2007년산 아오리를 발견하고 바로 서울보다 북쪽에 위치한 농장에 문의한 결과 그곳은 아직 아오리 사과 철이 아니라고 한다. 한창 나무에서 무럭무럭 잘 자라고 있으니 8월 말에야 제대로 햇볕 받고 자란 아오리 를 딸 수 있단다. 올해 필자는 바캉스 같은 건 꿈도 못 꾸는 처지이니 8월 말께 주말을 이용해 사과농장에나 들러야겠다.

로제와인 사과소스 곁들인 돼지 안심 구이
재료 (4인분) 돼지 안심 800g, 로제와인 2큰술, 디종 머스터드 1큰술 아나포테이토 감자 2개, 파슬리 가루 1작은술, 버터 조금, 소금, 후추 로제와인 사과소스 사과 2개, 로제와인 1/2컵, 오렌지주스 1/2컵, 정향 1개, 설탕 2큰술, 로즈마리 2줄기, 소금, 후추, 버터 1큰술

만들기
1. 돼지 안심은 로제와인과 디종 머스터드를 골고루 발라놓는다. 약 15분 후 소금·후추를 뿌린 돼지 안심을 달군 팬에 굴려가면서 겉면을 노릇하게 굽는다. 175도의 예열된 오븐에 넣고 약 20분간 더 굽는다. 오븐의 특성에 따라 좀 더 길어질 수도 있다. 돼지고기라 바싹 구워 먹는 것이 좋다.
2. 로제와인 사과소스는 사과 2개를 4등분한 후 씨를 제거하고 부채꼴 모양으로 썰어둔다. 소스팬에 사과를 넣고 로제와인, 정향, 설탕 2큰술을 넣고 은근한 불에서 끓여 약 20분간 익힌다. 소금·후추로 간을 한 뒤 마지막으로 로즈마리와 버터 1큰술을 넣어 향과 풍미를 더한다. 믹서에 넣고 살짝 돌린다.
3. 아나포테이토는 감자를 얇게 저며 여러 장을 부챗살처럼 붙여서 기름 두른 팬에 노릇하게 구워 낸다.
4. 오븐에서 구워 낸 돼지고기를 얇게 저미고, 접시에 아나포테이토, 안심을 예쁘게 담고 사과소스를 담아 완성한다.

사과와 자두샐러드 샌드위치
재료(4인) 사과자두샐러드용 아오리 사과 1개, 자두 2개, 레몬 1개, 설탕 1작은술 토스트용 보드라운 식빵 8장, 설탕 1큰술, 버터 조금, 생크림 1/2컵, 설탕 1큰술

만들기
1. 생크림은 설탕 1큰술을 넣고 거품을 내 냉장고에 넣어둔다. 레몬 즙을 낸다.
2. 사과와 자두는 껍질째 채를 썰어, 설탕 1작은술을 섞은 레몬 즙에 절여둔다.
3. 식빵의 한쪽 면에 설탕을 솔솔 뿌려둔 후, 팬을 달궈 버터를 녹인 뒤 설탕을 뿌린 쪽을 노릇하게 굽는다.
4. 구운 쪽을 도마의 바닥에 닿게 놓고 식빵의 위쪽에 생크림을 바른다. 그 위에 사과와 자두를 촘촘히 올리고 다른 식빵 한 장을 위에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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